2008년 5월 11일 화음 정기연주회 감상문
권선경 / 2008-05-11 / HIT : 1514
권 선경 (연세대학교 외국어문학부)
...그 다음 곡은 ‘그림자의 그림자’였다. 이는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화음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곡에 영감을 제공한 조각은 나무 공 이었는데, 이재효 작가의 작업은 선험적 자연의 질서를 원의 다변화된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림자의 그림자를 작곡한 ‘임지선’ 작곡가는 이 나무 공의 동그란 그림자를 통해 삶과 죽음, 색깔과 소리, 고통과 희망 등 나와 너의 얘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곡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위해 감히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를 빌리고 싶다. 적어도 이제껏 접해왔던 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른 종류의 것이었고 너무나 생소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신선했다. 사실, 내게 있어 작곡가라는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름을 남긴 위인들과 요즘 소위 히트치는 대중가요의 작곡가, 이 두부류 정도였다. 그래서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곡 자체에서 느낀 새로움과 별개로 또 다른 부류의 작곡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곡이 더욱 재밌었던 이유는 현악기의 다양한 연주법을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치카토와 바르톡 피치카토, 스피카토, 더블 스탑, 글리산도 등을 모두 사용했다. 특히, 더블 베이스 연주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서 현을 쓰다듬듯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글리산도를 했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또, 더블베이스의 바르톡 피치카토가 있던 부분에서 모든 악기들의 음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가면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데 그림자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음을 가늠할 수 없는, 마치 미세한 바람소리와 닮은 바이올린의 소리로 시작했고 그 축축한 바람소리의 여운은 곡의 끝까지 이어진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음들은 제자리에서 재주를 넘거나 혹은 옥타브를 넘나들며 춤을 추기도 하는 듯 역동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그림자’의 음산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화음을 통해 소리로 전해졌다. 음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으로 치닫는 순간이라기보다는 치열한 삶의 모습을 투영한 듯했다. 곡의 마지막에서 조차 숨차게 달리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뿐이었다.
‘Classic’이라는 단어는 서양의 고전음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무언가를 ‘Classical’하다고 일컫듯이, 이는 이미 하나의 수식어로서 그 자체적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그림자의 그림자’에 'modern classical music' 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연주기법이나 음의 사용에 있어서는 분명히 현대적이지만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 같다. ‘가요는 짧고 클래식은 길다’는 교수님의 말씀만 떠올려 봐도 그러하다. 나는 ‘12분간 연속되는 예측불가능한 음들의 집합’을 'modern classical music'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한 부분으로 감히 편입시키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곡은 ‘그림자의 그림자’였다. 이는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화음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곡에 영감을 제공한 조각은 나무 공 이었는데, 이재효 작가의 작업은 선험적 자연의 질서를 원의 다변화된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림자의 그림자를 작곡한 ‘임지선’ 작곡가는 이 나무 공의 동그란 그림자를 통해 삶과 죽음, 색깔과 소리, 고통과 희망 등 나와 너의 얘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곡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위해 감히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를 빌리고 싶다. 적어도 이제껏 접해왔던 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른 종류의 것이었고 너무나 생소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신선했다. 사실, 내게 있어 작곡가라는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름을 남긴 위인들과 요즘 소위 히트치는 대중가요의 작곡가, 이 두부류 정도였다. 그래서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곡 자체에서 느낀 새로움과 별개로 또 다른 부류의 작곡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곡이 더욱 재밌었던 이유는 현악기의 다양한 연주법을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치카토와 바르톡 피치카토, 스피카토, 더블 스탑, 글리산도 등을 모두 사용했다. 특히, 더블 베이스 연주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서 현을 쓰다듬듯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글리산도를 했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또, 더블베이스의 바르톡 피치카토가 있던 부분에서 모든 악기들의 음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가면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데 그림자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음을 가늠할 수 없는, 마치 미세한 바람소리와 닮은 바이올린의 소리로 시작했고 그 축축한 바람소리의 여운은 곡의 끝까지 이어진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음들은 제자리에서 재주를 넘거나 혹은 옥타브를 넘나들며 춤을 추기도 하는 듯 역동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그림자’의 음산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화음을 통해 소리로 전해졌다. 음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으로 치닫는 순간이라기보다는 치열한 삶의 모습을 투영한 듯했다. 곡의 마지막에서 조차 숨차게 달리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뿐이었다.
‘Classic’이라는 단어는 서양의 고전음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무언가를 ‘Classical’하다고 일컫듯이, 이는 이미 하나의 수식어로서 그 자체적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그림자의 그림자’에 'modern classical music' 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연주기법이나 음의 사용에 있어서는 분명히 현대적이지만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 같다. ‘가요는 짧고 클래식은 길다’는 교수님의 말씀만 떠올려 봐도 그러하다. 나는 ‘12분간 연속되는 예측불가능한 음들의 집합’을 'modern classical music'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한 부분으로 감히 편입시키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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