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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주회를 다녀와서
김연 / 2006-03-26 / HIT : 920

게시판을 독점하는 듯 하여 글쓰기가 심히 주저되지만....
애정은 표현해야 하는 법인지라^^ 

세상의 모든 음악 장르를 즐겨듣기 하는 사람으로 
어제의 연주회에 대한 단상을 스케치 하려고 합니다.
그저 스쳐 가는 인상으로....

화음 프로젝트 36번. 
작곡가 최은진님이 곡 설명을 하시며 
신인( 이거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만...)이라는 
겸손한 설명이 참 맘에 와 닿더군요. 
신인이라고 명명하신 정체성에 걸맞게 음악은 아주 실험적이고 독특했습니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전 현대음악 하면 윤이상선생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고백하자면 그 분의 음악보다 격랑의 우리 현대사에서 
굴곡진 삶을 사셔야 했던 그 분의 인생역정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지만요. 
오래전 이 분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전 베토벤이나 모짜르트같은 조화롭고 균형잡힌 음악이리라 여겼거든요.
인내력 시험에서 전 그만 패배했을 겁니다. 

서호 미술관의 연주회에서 몇 번 '자화상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현대음악을 들었습니다.
세월이 변한 건지, 제가 변한 건지 아니면 연주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음 때문인지 
시나브로 그 '현대음악'이란 것에 조금씩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제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연주를 듣는 동안 맘 속에 어떤 격랑이 소용돌이 치는데 
하마터면 전 일어나서 큰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이름도 없이,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묵묵히 
견뎌야했던 그 수많은 사라진 인간들을 위한 한 판 굿처럼 음악이 다가오더군요. 
세상이 새로 시작되는 봄처럼 풋풋한 신인 작곡가의 곡은 아주 신선했고 상큼했습니다.
앞으로도 자화상 프로젝트에서 이런 신인들의 작품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 
좋겠고 연주 전에 작곡자의 설명도 음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판소리...
고수를 하실 때 소리가 남다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소리'도 하시더군요.
판소리 공연은 바닥에 주저 앉아서 들어야 제 맛이긴 하겠지만....
소리 하시는 분이 에피타이저로 '사철가'를 들려줄 때웃음을 참느라고 혼이 났는데 
이는 아마도 한 두 해전 공연장에서 '청춘가'를 듣다 눈시울이 붉어졌던,
나이 탓을 하면서, 
아픔을 재연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지 않았나 하는 ....
그 때 제 딸은 옆에서 저보다 더 과격한 동작으로 웃었는데 나중에 그 연유를 물어보니 
고수가 추임새로 '좋다!' 를 넣는데 갑자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육갑이 왕 앞에서 벌벌 떨며 '좋~~ 다!"하던 장면이 생각났다고 하더군요.

흥부가 박을 타는 대목을 들을 땐 정말 배가 많이 고프더군요.
저 소리꾼은 점심이나 든든히 먹고 와서 저렇게 재밌는 재담과 흥겨운 소리를 
내지르고 있나 걱정도 되면서...
결국 집으로 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주전부리를 하고 말았지요.

사실, 음악회에 가기 전에 애한테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었습니다. 이번에는 실내악이 아니라 국악이 주가 되는 거라고, 
그러니 꼭 가자고.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묻자 애도 만족스러워 하더군요.
전시된 작품들도 좋았고....
음악회가 더 많이 편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행복한 봄나들이였습니다.

그리고 이왕 쓰는 김에...
'이름 없는 여인들'을 작품으로 곡을 만드셨는데 
애가 리플렛에 인쇄된 그림과 비교하며 '색깔'과 '문양'이 다르다며 
전시된 작품이 아니라고 우겨서 모녀가 언쟁아닌 언쟁을 ...;;
전시된 작품 앞에는 공교롭게 제목이 붙여 있질 않은데다 
리플렛의 사진은 선명도가 떨어졌던 지라....

아침 내내 명창 안숙선의 '사철가'를 듣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대목,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 데가 있느냐?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