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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철은 무엇으로 단련되는가?
김영환 / 2008-11-23 / HIT : 1585

강철은 무엇으로 단련되는가?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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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길래의 나이테-1, 247x247x4 동파이프 산소용접. 2007>

며칠전 현대제철에서 한덩어리로 130톤의 인고트(단조용 강괴)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도대체 그 엄청난 강괴는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일까?

아마도 수천도의 불에 제 몸을 허물고 찬물에 제 육신을 던진 후에야 강철은 만들어 졌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자기 보다 더 강한 칼날에 단조되고 더 강한 철과 만나 자기의 형상을 다듬었을 것입니다.

강철은 강철로 단련되고 칼은 칼로 벼려집니다.
고리키의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도 그런 주제입니다.

며칠 전 화음쳄버 오케스트라 제 31회 정기연주회를 보러 에술의 전당에 갔었습니다.
영국의 작곡가 엘가(Elgar)의 현을 위한 서주와 알레그로, 그리고 베토벤 현악4중주를 들었습니다.

화음쳄버는 그 이름의 첫자 '화'가 그림 畵인데 음악과 통섭하면서 음악회가 이루어지는 독특한 오케스트러입니다. 그날은 이길래선생의 소나무 형상을 한 조각품 강혜리라는 작곡가의 현대음악으로 작곡한 "circulation-0"를 연주하는 자리였습니다.

이길래씨 또한 저희 고향 괴산에 작업실이 있고 소나무를 소재로 독특한 세계를 표현하는 젊은 작가입니다. 소나무를 특히 좋아하는 저에게 그의 작품은 더 없이 다정하고 친숙했습니다.

저의 예상대로 그의 작품은 조각이면서 회화였습니다.
그러나 나를 특히 매료시킨 것은 소나무의 표피를 반복적으로 형상화 하면서도 銅파이프를 연속적으로 붙여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 나이테연작은 그런 회화적 조형성위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소나무의 생명력을 금속으로 표현한다는 것.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거나 낮설지 않은 것은 어디에 연유한 것일까? 수 많은 소나무의 각질의 표피를 한올 한올 동으로 이어 만든 열정과 정열의 결과가 아닐까합니다.
생명은 그렇게 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반복되고 영혼이 이입된 끝에 쇠 위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비늘 무늬의 소나무도 결국 쇠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쇠는 쇠로 단련 되고 칼은 칼로 벼루어 지는 이 진리 앞에서 저는 생각해 봅니다.
저의 인생에서 새로운 생명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쇠와 칼은 어디에 있는가?

무디고 여린 성질의 인생을 담금질하고 영원 불변의 예술성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 인생의 구비에 나보다 더 강한 강철을 준비해야 합니다.나 보다 더 예리한 칼을 장만해 둘 일입니다. 나를 벼르고 우리를 단련시킬 이 주체적 고난의 장치를 준비해 둘 일입이다. 내 인생에 새로운 시련을, 우리 생애에 다시 찾아 온 고난을 기회로 삼는 지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온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앞에 나를 벼리고 쇠를 단련시키는 자세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두시간이 지나 "음악을 그리고 그림을 연주하는" 연주회가 끝났습니다.

동파이프가 이어져 소나무의 생명으로 殖樹되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대중에 다가가되 대중에 함몰되지 않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대학강단을 뛰쳐 나온 철 없는(?) 음악감독과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 어딘에서 밤 늦도록 소주를 마셨습니다.

그날 밤도 강철은 그렇게 단련되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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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의 따뜻한 세상통신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