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1일 화음 정기연주회 감상문
문지원 / 2008-05-11 / HIT : 1499
문지원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이번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에서 초연되는 곡인 임지선 교수님의 Op. 62, 'shadow of shadow' 라는 곡이었다.
무대 위에 곡의 모토가 된 작품도 올라와 있어서 이해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처음 시작부터 스산한 분위기에 현악기로는 처음 듣는 쇳소리 같은 소리가 나서 ‘이게 음악이 맞는 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조용하고 나무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두운 숲에서 누군가가 계속 혼자 헤매는 느낌이었고
속도가 빨라질 때는 무서운 짐승이 쫓아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생전 처음 듣는 굉장히 실험적인 음악 같았고 곡이 장조와 단조를 넘나들며 분명히 각 파트별로 연주가 되고 있어서
화음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엔 아니고 음의 시작과 끝을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곡에 대한 설명에서 ‘ 동그란 그림자로 잇닿아 있는 삶과 죽음’ 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밝아지는 듯하면서 다시 어두워지는 분위기가 그 말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곡의 중간에 굉장히 박자가 빨라지면서 현악기의 현을 뜯는 주법인 피치카토(pizzicato)로 연주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더블베이스를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할 때는 현악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소리가 났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쫓아가듯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피치카토 주법으로 받아주면서 곡의 긴장감을 더해주었고 그 뒤로 이어지는
수석바이올린의 솔로부분은 굉장히 높고 슬픈 선율로 곡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곡의 마지막부분에서 바이올린이 처음처럼 높은 음으로 연주되다가 음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연주되면서 끝맺으려다 다시 한번 어지러운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소리가 반복되고 긴 화음으로 웅장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