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 프로젝트 op.39,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구선동설화
제목보고 신선놀음형 명상음악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내 안의 격정, 분노로 나도 피아노를 망가뜨리고 싶더군요.
격렬한 전투 속에 언뜻 내비치는 우리가락의 선율.
한 걸음 내디딜듯 말 듯 하다
끝내 화해하지 않는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작곡가의 변'을 들을 수 없었을까요?
구선동설화는 작곡자가 부친 제목이었는지? 그랬다면 어떤 의미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삼중주 A단조 Op.50, 부제,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며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온 '시간이 가도 그렇지'란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A kiss is still a kiss
A sigh is just a sigh
우울했습니다. 한숨 여러번 쉬었습니다.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는 차선생.
그런 그도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의 곡을 쓰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을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질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그가 선율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필경 그도 이 곡을 쓰며 고치고 또 고쳤을 겁니다. 그 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삶의
부비트랩보다도 작품을 완성하는 게 우선이었을 겁니다.
그의 개인적 불행이 이런 가슴을 치는 곡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거라는
예술과 예술가의 클리쎄한 가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울이 치사량에 이른 오늘 하루만이라도.
오체투지하고 바라옵건데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이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예술가, 차이코프스키를 추모하며...
- 이전글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다음글 유일무이한 화음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