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로벌메뉴



리뷰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 'Remember Hwaum'의 두번째 연주회 감상문
김용희 / 2005-10-27 / HIT : 869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

'Remember Hwaum'의 두번째 연주회 (2005년 10월 27일) 감상문 

 

 

글: 한국 예술종합학교 작곡과 재학중 김용희(ID:만개) 

 

 

 


현소리는 폭력과 자비라는 두 개의 큰 축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무자비함과 부드러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제 8번은 그러한 야누스적 힘을 방사한다. 음울한 네 음의 모티브는 대위적인 직선의 형태로, 왈츠의 곡선, 혹은 두 선이 혼재된 (또는 둘 다 아닌) 제 3의 폴리포니 음악으로 변형되어 양면을 다면으로, 즉 입체적으로 기술해 나간다. 첫 악장에서 보여지는 직선의 힘은 앞에서 언급한 자비의 영역 안에서 구축되기 시작한다. 각각의 현에서 초연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모티브들은 마지막 악장에서의 이미지를 예견하고 과정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원점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수단은 '`변형`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왈츠와 또 다른 왈츠 (변형된 왈츠) 안에서 네 음의 상징성은 일차원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모티브 자체는 변형하지 않고 모티브로 인한 곡의 형식만이 변한다고나 할까.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쇼스타코비치의 작곡 기법은 당연히 그가 살았던 불운한 시대의 영향 아래 구축되었는데, 이는 바로 음악의 압축성이 아닌가 싶다. (폭력과 멜랑콜리와 유로지비적 냉소주의에 있어서의 압축성)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보르헤스가 떠오른다. 생략법, 환상적 사실주의 및 상호 텍스트성.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안에는 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음악적 기법들이 숨어있다.

펜데레츠키의 현을 위한 신포니에타는 자신이 쇼스타코비치의 후계자임을 전방에서 선언 하고 있었다. 현의 폭력성은 곡의 첫 시작에서부터 등장하여 시종일관 쇼스타코비치를 모방하여 가장 정당한 방식으로 그를 추모하였다. 마찬가지 기법들 - 대위의 직선의 힘과 이에 대응하는 반복의 호모포니 등장 - 이 그의 음악 안에 녹아 있었다. 그리고 현의 장점인, 즉 다다익선의 엄중한 규칙을 따라 만들어진, 끊임없이 등장하는 투티들. 그는 현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을 끌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앞서 언급한 `폭력`과 `자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감당했다. 그것은 폭력이었다. 우리는 음악의 폭력성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감정을 내어주는 자의 선택이란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니까.

가장 고전에 가까운 기법을 활용한 바르톡의 디베르티멘토는 제목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듯이 막바지에 이르러 감상자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고마운 곡이었다. (물론 앵콜곡으로 바하와 모차르트를 연주한 것은 이러한 `긴장의 이완`의 코다였지만) 그의 여타 많은 곡에서 볼 수 있는 고전적 형식의 틀에의 프로크루스테스적인 현대 음악의 기법의 투사는 디베르티멘토에서도 또한 들어 알 수 있다. 자유 분방하면서도 절제미를 띄는 (쇼스타코비치의 압축성과는 사뭇 다른 - 그는 잘제하지는 않는 듯 하다) 음들의 운동성은 펜데레츠키가 선택한 뒤의 단 하나의 잉여물인 `자비`를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의 수단들은 민속 음악이라는, 바르톡에 대해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장치를 말하게 한다. 바르톡 음악의 요약은 헝가리 민속 음악과 선법의 사용과 이들의 고전적 형식과의 결합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하지만 나는 사실 마지막 앵콜곡들, 프로그램에 써있지도 않은 그 두 곡들이 그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로서 왜곡(긍정적 의미에서의)되어졌음에 확신한다. 바하와 모차르트. 더 갈데 없는 나의 외경심의 막바지 어딘가에서 호명되어지는 두 작곡가의 이름. 가뜩이나 바하의 경우, G 선상에서의 아리아가 연주되었으니 무슨 더 이상의 할 말이 필요하겠는가? 현이 우리에게 남기는 이미지들, 그리고 세 작곡가들만의 각각의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한 표현으로써의 수단들은 사실 그들의 작곡 기법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압축미, 절제미, 혹은 변형성이 그것이다. 이는 21세기 음악에의 연장선 상에 있기에 현대에 사는 작곡가들에게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지침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메커니즘일 것이다. 모방하자. 그리고 압축하고 절제하여 변형하자. 창조라는 미명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