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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꿈꿀 자유
오정은 / 2008-11-18 / HIT : 1520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나의 모든 감각을
깨워주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한 음악가를 사랑하면서 부터 저는 힘들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귀로 듣고 뇌로 사유해 버리는 것이 아닌,
심지어 듣고 있노라면 음표들의 역동적 움직임마저 보이고 느껴지는,
심상이 작용하는 기묘(?)한 체험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번 화음쳄버의 연주회에서 느꼈던 소견들을 적어봅니다.

이번 연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제14번은 화음쳄버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특유의 냉정하고 지적인 선율이 일관되게 느껴지면서도 마치
수직과 수평이 교차점에서 정확하게 만나는 듯한, 음의 균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서
독립된 현악기의 선율을 골고루 들을 수 있었고,

작곡가 강혜리씨의 현을 위한 순환은,
우선 작곡가의 해설과 작가 이길래씨의 작품영상이
저와같은 일반인들이 갖고있는 불편한 한계점을 어느정도 극복해 준 화음쳄버의 배려에
감동했고 흥미로왔습니다.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문득,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의 한 단락이 생각납니다.
"하나의 운동이 효과적인 것은, 그것이 반대되는 운동을 만나는 지대에서이다.그런 만큼 우리는 자기 자신과 반대를 원하는 운동의 역설적 상상력을 받아들일 때 역동적 뿌리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오직 상상력만이 이런 역설을 체험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음들은 힘들고 불편합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작품과 귀로 전해지는 음들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동원시켜 본다면....

제약된 공간과 시간에서 들어야하는 연주회가 아닌,
마음을 열고 모든 감각기관을 깨워 본다면...
그래서 저에게는
그 공간은 꿈의 공간이며,
그 시간은 몽환적 시간들이고,
화음쳄버 오케스트라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