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이재구 - 비올라 독주를 위한 "생동하는 분자들의 외침">
혁명할 대상이 설정되지 않은 혁명이란 것이 가능한가? 만일 그러한 혁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혁명인 것인가? 정연두 작가의 이번 작품의 배경 중 하나인 멕시코 이민자들의 혁명 투쟁 이야기는 나에게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식민지 백성이자, 노예로 팔려간 이민자인 그들은 왜 조선의 독립도 아닌 멕시코 혁명에 동참하였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그렇게 산화(散華)하였는가?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꿈꾸었으며 무엇을 열망했던 것인가? 그리고 그 꿈과 열망은 실현 가능한 것이었는가? 혁명을 소리로 담아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이번 작곡 작업 앞에 선율과 화음이 아닌 수많은 ‘물음들’만이 쌓여져 갔다. 이번 전시회 가운데 연주되는 비올라 독주를 위한 소품은 정연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서 얻은 물음들을 소리 재료 삼아 작곡된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하는 내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채워진 미래 앞에서도 끊임없이 생동하는 분자(分子)들로서 주어진 매 순간을 남김없이 살아 낸, 100여년 전 멕시코 이민자-혁명가들의 숨결을 기억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