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작곡가 이성현은 우연음악을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주자의 원초적인 음악성을 끌어냄으로써,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현장의 음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징은 우연음악이 가진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더하여 저항적이라고 풀이한다. 이번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현대음악 렉처콘서트 세 번째 공연의 공모 당선작 <으뜸화음, 딸림화음, 버금딸림화음이 더 필요해?>(2020)는,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그의 생각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과거 공통 관습 시대의 조성음악과 그를 연습하는 많은 작곡 실습에 대한 패러디이다. 특히 각 악기는 각자 다른 조성의 주요 음들을 연주하며. 음악은 각 연주자들의 조성음악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변주된다. 피아노는 따분한 메트로놈의 박자에 맞추어 가짜 지휘자처럼 행동하며, 이에 맞추어 다른 악기들은 무관한 선율의 단편을 연주하도록 작곡되었다.”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의 진지함에 대한 저항도 포함된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음악을 만들고자 하며, 그래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곡가는 이 곡에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각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인간적인
관계에 미숙하다. 그렇다고 해서 봐주는 사람은 없다. 관계의 미숙함으로 조화를 잃고, 갈등은 기묘하게 커져만 간다.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그들은 그저
외면할 뿐, 어느덧 새로운 장면으로 전환되어 앞선 갈등은 잊힌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등 일곱 개의 악기들은 서로를 상관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단편을 반복 연주하며, 지정된 길이 내에서 지정된 횟수를 채우면 다음 마디로 진행한다. 그래서 각 마디의 시작은 동기화되어있지만, 반복하는 중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자 메트로놈은 그저 관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