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세상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이가 같은 정보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선별된 정보만이 선별된 개인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 맞춤형 정보는 은밀하게 사회의 편 가르 기를 주도한다.
그렇기에 소셜미디어의 세상 이라지만 소통은 점점 어려워진다. 소셜 네트워크의 기술적 발전이 소셜 네트워크의 폐쇄성을 불러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나는 이 상황을 청각적으로 그려보았다. 바이올린은 현악기의 많은 주법 중 ‘strong pressure’ 주법만을 줄기차게 연주한다.
트레몰로, 술 타스토, 술 폰티 첼로 등의 주법과 함께하지만 결국은 모두 strong pressure의 변주일 뿐이다.
활의 강한 압력에서 비롯되는 거친 소리는 극단적인 성향의 현대사회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대부분의 프레이징 첫 음은 극고음에서 시작하여 글리산도를 타고서 급박하게 하강하는데, 이는 선율이나 음소재라고 할 것도 없이 단순한 하강 제스처(gesture)만을 보여 준다.
이 strong pressure와 하강 제스처의 계속되는 반복, 변주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구성한다. 바이올린의 일관되고 편협한 선적 움직임을 의도 하였기 때문이다.
<Bias>라는 제목은 ‘사선’, ‘편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에코 챔버에서 비롯되는 편견과 바이올린이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사선의 의미를 담아 제목을 정했다.
이 바이올린 솔로 곡을 통해 편협한 정보로부터 만들어지는 폐쇄적인 세상을, 현재의 세상을 그려보고자 했다.
이 곡에서 특징적으로 사용된 활의 강한 압력, 마찰은 순간적으로는 거칠고 센 소리를 낸다. 하지만 긴 잔향을 남기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정보가 순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장할 수는 있겠지만 긴 여운이나 지속적인 효과를 남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담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