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생 메다르 교회 내부에 있는 필립 드 샹펜(1602-1674)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에 가해진 폭력을 독특한 방식으로 형상화했다. 네 개의 쇠못이 가시 면류관 주변에 놓여있는데, 이 네 개의 못이 고요하게 폭력의 흔적을 말해준다. 이 작품에 흐르는 무거운 정서와 침묵, 눕혀져 있는 그리스도의 수평성, 그리고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어두운 배경에 집중했다. 건반의 중심 ‘도’음에서 시작해서, 네 개의 못을 상징하는 네 개의 음으로 구성된 두 개의 화음을 설정했다. ‘도-레-파-올림 파’와 ‘시-도-레-파’의 두 화음이, 번갈아 가며, 때로는 옥타브를 오르내리면서 이어진다. 이는 그리스도의 고통스러운 호흡을 상징한다. 고음에서는 이 두 개의 화음에 속한 음들로 만들어진 선율이,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이어지는데, 선율을 구축하는 음들은 교회의 아치 형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아치 형태는 허물어지고, 곡이 시작한 중심의 ‘도’에서 두 옥타브 위의 ‘도’에 도달하려고 하나, 끝내 도달하지 못한다. 교회의 아치 형태를 형상하면서 등장했던 레가토의 선율이 스타카토로 사라지는 것처럼 처리되었고, 첫 화음인 ‘도-레-파-올림 파’의 음들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처음의 ‘도’만 남는데, 이 거울형태의 구조를 통해서 시간의 회귀를 표현하고자 했다. 곡은 두 옥타브 위의 ‘도’로 마무리 된다.
김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