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일생을 살면서 집을 한번도 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작 경험하는 것은 이사하면서 아파트 인테리어를 맘에 맞게 꾸미는 정도가 보통이다. 아파트 인테리어도 규모에 따라서는 집을 새로 짓는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을 꾀할 수는 있지만 터를 찾고, 그 터를 고르고, 해의 위치를 고려하여 방향 맞는 창을 뚫고 가족 구성원뿐 아니라 대를 이어받고 또한 대대로 물릴만한 집을 짓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서호 미술관이 남양주에 첫 삽을 뜨고 개장할 때부터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되는 양 많은 정을 부치고 들락거린 세월이 벌써 아이가 어른 되어 엄마가 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에 서호의 안주인이신 이은주 여사님께서는 더 큰 집을 지으셨다. 하늘이 그 안으로 들락거릴 큰 집을 지으신 것을 보고 비로소 여사님의 가슴은 그 큰 집 보다 더 크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가슴은 하늘을 담고 계셨다. 여사님의 첫 작품인 천체도를 보고 그 사실을 확인하였다. 한지를 꼬아 만드신 독도, 정동진의 여러 풍경을 담으신 손끝은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세상 보는 눈과 포용력의 한도를 보여주셨다. 일생을 살며 한 채도 짓기 어려운 집을 여러 채 지으시며 구석구석 예술작품으로 만드신다. 서호 미술관이 실내악단 화음과 협업으로 만들어낸 신작만 Opus 194 곧 200개에 이른다. 작품 하나하나는 미술가 한 명 한 명의 작품의 전시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그 스케일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이란 좋은 것이다. 예술작품을 무르익히는 시간이다. 밤하늘의 흩뿌린 별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해준다.
생황독주를 위한 하ㆍ담ㆍ가ㆍ는 여러 풍경의 조각들을 담고 있다. 10개의 작은 악장들은 모두 연주될 수도 있고 연주자의 선택에 의하여 순서를 달리할 수도, 연주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각각의 악장의 개별적인 성격의 다름은 인생의 여러 굴곡을 보여준다. 그 많은 굴곡을 품을 가슴. 너른 가슴에는 하늘도 담긴다. 별도 바람도 햇살도 넘나든다.
편안한 큰 집이 노래한다. (2018 강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