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이 작품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것은 각 시대마다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지금도 진행중인 개혁의 정신에 관한 것이다.
작품위촉과 더불어 함께 공연되어질 레퍼토리에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2번’이라는 장대한 대곡이 있다는 무게감 때문에 사실 곡을 위촉 받고서도 큰 부담감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20세기 음악에서 쇼스타코비치와 당 시대상황은 음악사뿐만 아니라 정치, 사상과 이념, 종교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대한 의미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스타코비치야말로 정치, 사상과 이념, 인간제도의 부조리 때문에 그 본연에 가진 예술과 창작이 간섭 받고 지배되어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잠재된 예술과 창조정신을 끊임없이 얼굴을 달리해 가면서 오히려 그러한 지배상황을 예술로서 이겨낸 위대한 작곡가 중 하나가 아닌가! 스탈린 치하의 통제 속에서도 그가 보고 들은 바를 음악예술로 표현하는 데에 거침이 없었던 위대한 작곡가 앞에서 나를 비추어 볼 때 부끄러움이 먼저 앞선다.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음악은 과연 무엇을 말할 것인가?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하며 목숨을 잃기까지 한 선각자들의 개혁정신은 창작에서도 계승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 바뀌어야 할 시대의 요청을 덮어둔 채 현실에 안주한다면 예술이든 문화든 정치이든 다 부패하게 된다.
화음으로부터 작품을 위촉 받을 즈음 마침 나는 부패한 카톨릭 교회로부터 개혁을 요구하며 순교로서 믿음을 지킨 수많은 프로테스탄트들의 순교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나는 ‘획일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어떠한 것에 반하는 반작용과 새로운 줄기에 대한 희망과 염원’을 골자로 한 개혁의 정신들에 대한 음악적 모티브를 오선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동의 위치에서 끄떡도 하지 않고 변함없이 지속되는 음악적 요소 A와 이에 대항하며 늘 끊임없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개혁의 음악적 요소 B-C-D-E…. 등의 대비를 통해 개혁사의 생성-소멸의 반복적 역사가 상징적으로 묘사된다. 치열한 갈등과 혼돈 속에서 작품의 마지막은 매우 고귀하고 정적인 협화음적 요소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천상의 소리로서 인류역사가 끊임없이 꿈꾸어 온 개혁의 소리가 하늘로부터 응답 받게 되는 순간의 묘사이다.
연주자
지휘 박상연
Viola 김상진 신윤경 이한나
Cello 이상경 김해은 황소진
Double Bass 김남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