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Hwaum Project Op. 212 (*본 곡은 84분 18초의 길이로, 재생되는 곡은 편집된 음원입니다)
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 (Documentary Nostalgia, 2008)
작가: 정연두
러닝타임: 1시간 24분 18초
작품해설: 이 작품은 2007년 5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에서 편집없이 촬영된 영상 작품이다. 향수를 기록한다는 제목의 이 작품은 미술관을 영화 세트장으로 바꾸고, 작가의 과거속 6개의 기억들이 하나씩 풍경으로 변형되어간다. One take 기법으로 84분간 촬영된 이 영상은 통상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 소품과 조명을 움직이는 작업자들이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고 등장하여 사람들의 기대를 뒤집어 놓는다.
Program Note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정연두 작가의 설치미술 과정을 필름에 기록한 것으로,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접근을 통한 다큐멘터리’라는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대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더라도 특정 소재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일종의 ‘일반적 감성’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노스탤지어’의 경우, 작품은 어떠한 감정의 방향성 혹은 그 ‘방향성에 대한 암시’ 조차도 가지지 않는 순수한 기록 자체를 목적으로 한 듯한 인상을 주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의 화면은 작품을 설치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설치물이 완성되면 잠시 멈추어지고, 다시 다음 설치물을 위한 작업과정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그 멈춤의 시간 마저도 영상작품을 위한 특별한 배려없이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즉, 설치미술로써 한 자리에 무언가가 세워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노스탤지어’라는 하나의 소재로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주요 장면들이 무덤덤하게 전환되고 그 전환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연출하는 접근에 있어서도 완벽히 열린 방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노스탤지어’ 스코어 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이다. 무언가 정해져 있지만, 다시 말해 설치해야 할 작업물들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영상에 담는 과정에서 우리의 눈에 띄는 것은 우연성의 연속이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이미 몇 년 전, 해외의 어느 극장에서 음악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상영된 적이 있다. 소리 또는 음악이 없는 상태의 필름에 보여지는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설치물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과정은, 어떠한 연출이나 연기 혹은 감정적 방향성에 의하지 않으며, 이는 우리를 하나 혹은 여러 종류의 감성적 가능성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한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우연성 혹은 불확정성의 연속에 의한 확정된 결과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음악의 기능은 감정적 지시, 상황의 묘사 이외에도 영화 전체의 시간의 구조적 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은 1시간 반 가량의 필름에서 나름의 구조적 분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그것이 일반적인 영화처럼 기승전결의 구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불확정성과 확정성의 대비는 음악에서도 또 다른 의미의 ‘불확정성과 확정성’의 대비로 나타나게 되는데, 우연성에 있어서는 작곡가 자신의 즉흥적 사운드의 변형 등을 주축으로 ‘오케스트라의 우연성’ 또한 적절히 분배되어 드러난다.
언급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이라면, 특정 시간대를 정확하게 맞추어서 오케스트라가 1시간 반 가량을 연주한다는 것은 여러 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템포 트랙 등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80여분을 클릭을 들으며 연주한다는 것은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굉장한 집중과 노동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음악에서 템포의 변화 등이 영상의 진행과 밀접한 영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케스트라의 각각의 ‘들어옴과 나감’에 관한 일종의 규격이 필요했는데, ‘영상의 우연적이고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오케스트라의 출입에 있어서도 플렉서블한 접근을 용인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두고 접근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필름 음악회는 어느 정도 음악회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면이 없지 않기에,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접근, 즉 '표현을 위한 템포 변화의 변수에 대한 배려’가 본 스코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작곡가의 임프로비제이션은 단순한 즉흥 연주라기 보다는 소리의 소재들을 이용하는 부분에 집중되어진다. 고화질의 화면을 통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혹은 놓치고 있었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소리의 부분에 있어서도 작고 세밀한 울림 속에 숨겨진, 우리의 귀에는 사라진 소리이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울리고있는 소리의 울림을 찾아 드러내는 것을 통해 아직 마음에 남아있을 노스탤지어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