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 ‘돌개바람'은 하수경의 그림 ‘바람소리' 연작 시리즈를 소리로 구체화한 삼중주곡이다. 사실 바람의 본질이 형상으로 혹은 소리로 구체화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바람을 보거나 듣는다면 그건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사물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멈춰 있는 그림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휘몰아치는 돌개바람소리가...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곡 ‘돌개바람’은 그림을 통한 작곡자의 소리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다. 청중 또한 이 음악을 들으며 자유로운 상상을 하길 바란다. ‘돌개바람’을 함께 들으며 각기 다른 상상을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후에 각자의 상상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 작곡가 임지선 –
‘하수경의 바람소리’
하수경의 작품에서 표면에 떠오르는 것은 사람, 새, 물고기 등의 이미지다. 배면은 공간의 깊이와 속도감 있는 거친 붓질이 어두운 황갈색으로 베풀어져 있다. 어떤 작품은 어두운 바탕화면이 밝은 형상의 이미지와 어긋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색채의 대비를 강조한 것도 있고 시각적 착각을 일으켜 몽유적 공간이 될 때도 있는데 대부분 민속음악이 있는 어떤 장면이 연상되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화면 장치는 시간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원래 청각적 연속성과 시각적 조형성은 서로 표현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적 표현은 원칙적으로 충돌한다. 하수경은 회화의 표현방식 내에서 가능한 소리의 감각을 공유하기 위해 화면속에 내면의 한 장면을 설치하고 형상이 부유하는 이미지를 올려 놓은 것이다. 작품 명제로 ‘바람소리’는 변화하는 사물의 원리와 바람소리가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개념으로 간주하여 주관적으로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