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홍주혜의 작품 ‘Vine'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미세하게 갈라진 크랙(crack)의 바탕에 놓여있는 넝쿨에는 새순이 돋고 싱싱한 잎 사이에 벌레 먹은 이파리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살아있는 넝쿨이라기보다 시간을 초월한 관념적인 이미지로 느껴진다. 작품에서 비트나 역동성을 찾을 수 없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같이 무중력의 공간 안에 떠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나의 연상은 ‘장식’과 ‘링’, ‘영원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것들은 나의 작품 안에서 부분적 장식음과 장식음들의 성장, 음형과 작품 구조의 ‘원’형태, 패턴의 반복에 의한 첨가적 리듬방식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홍주혜의 작품에서 넝쿨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관을 상징한다. 상징을 통해 짧은 삶, 그리고 죽음과 부활의 영속적 힘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것에 더하여 나의 작품 ‘vine'에서는 바하 코랄 ‘오 영원이여, 우레와 같은 말씀이여(O Ewigkeit, du Donnerwort)’를 인용하였다.
오 영원이여, 우레와 같은 말씀이여
오 영혼을 꿰뚫으시는 검이시여
끝이 없는 시작이여
영원이여, 시간이 없는 시간이여
작곡노트 –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