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교감하는 선율 ‘클래식, 타장르와 通하다’
음악이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태어나고, 소설과 버무려져 한 편의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한다. 보수적 예술로 알려져온 클래식 음악이 이른바 장르 간 ‘소통’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 임지선 ‘불가능한…’ 최태훈 조각작품 보는순간 리드미컬한 악기들 떠올라 ‘오지 않는 희망’을 이야기
작곡가 임지선(49·연세대 음대 교수·위 사진 왼쪽)은 조각가 최태훈의 작품(위 사진 오른쪽)에서 영감을 받아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을 작곡, 2월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화음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신작 초연한다. 연극배우 박정자(67)는 브람스의 음악과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한 편의 연극으로 버무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2월7일부터 28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한다. 클래식이 타장르와 손잡으면서 외연을 넓히는 작업에 한창이다.
◇ 작곡가 임지선의 신작 ‘불가능한 가능성’
작곡가 임지선은 “인간의 감각 기관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이 귀”라면서 “시각적 장르인 조각과 결합하면 관객과의 소통이 좀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떻게 청중과 소통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각예술과의 결합으로 해결해보겠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작곡가로 꼽히는 그는 “오래 전부터 미술, 문학, 여행 등 주위의 온갖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곡을 썼지만, 지난해부터 미술과의 교감이 부쩍 활발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에 ‘그림자의 그림자’(Shadow of Shadow)라는 제목으로 같은 방식의 작업을 진행했고, 6월 열린 ‘대중독재 학술대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Invisible Shadow)를 초연했다. 화가 파울 클레(1879~1940)의 ‘새 천사’를 떠올리며 쓰여진 이 곡은 나치시대 이후 지속돼온 인류의 재앙을 형상화했다.
작곡가 임지선은 “유령처럼 불안한 그림자, 절박한 한숨소리, 흔들리는 작은 빛, 아무리 피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악몽” 등의 언어로 작품을 설명하면서 “음악이 시각 예술과 결합하거나 어떤 의미를 형상화했을 때, 청중이 더욱 몰입하는 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함께 전시될 조각가 최태훈의 작품은 철판에 뚫려있는 무수한 구멍을 통해 빛을 쏟아낸다. 임지선은 “작품을 보는 순간, 현악기의 선율보다는 마림바와 비브라폰 같은 리드미컬한 악기들이 먼저 떠올랐다”며 “그 조각작품은 상처와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과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지만, 내가 만든 음악은 오히려 ‘오지 않는 희망’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한 가능성’이라는 곡의 제목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02)780-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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