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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100년을 뛰어넘어 음악이 되다
동아일보 / 2009-04-04 / HIT :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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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일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에서 전시중인 작품 ‘비온 후’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를 작곡했다. 박영대 기자 


 

 






<< 클림트, 100년을 뛰어넘어 음악이 되다. >> 


작곡가 김성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을 찾았다. 그는 클림트가 1898년에 그린 ‘비온 후’에 발길을 멈췄다. ‘닭이 있는 성 아가다 정원’으로 불리는 이 그림에서 클림트의 고독한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10분가량의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 100년 전 클림트가 한국에서 현대음악으로 부활한 셈이다.

이 곡은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전시장에서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화음프로젝트’에서 들을 수 있다. 화음프로젝트는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 외에 임지선 연세대 교수가 ‘유디트Ⅰ’을 보고 작곡한 ‘황금빛 비밀-클림트의 고백’을 비롯해 클림트와 교류가 있었거나 예술세계에 영향을 미친 말러, 쇤베르크, 베토벤의 곡을 연주한다. 

2일 오후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비온 후’는 정원 풀밭에서 닭이 떼 지어 노는 풍경화인데 ‘베토벤 프리즈’ 같은 대작보다 더 마음이 갔다”며 “부드럽게 묘사한 풍경과 뒤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색조에서 평화롭지만 왠지 적적한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컴퓨터로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를 들려줬다. 자연이 주는 신선한 생기와 인적 없는 고요함, 정적과 침묵을 비올라의 ‘독백’으로 표현했다. 김 교수는 비올라의 음색을 ‘어머니 혹은 노인의 눈물’ 같다고 말했다. 

도입부에선 닭이 풀밭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풍경을 묘사했다. ‘꼬끼오’ 닭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었다. 곡은 점점 애잔한 왈츠 곡조로 고독한 화가 클림트를 닮아갔다.

“‘비온 후’에서 전 고요한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는 쓸쓸하고 외로운 화가를 봤습니다. 붓질에 푹 빠져 있는 클림트를 본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예술가를 비롯해 모든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김 교수는 또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를 두고 “일그러진 왈츠”라며 왈츠 박자로 전개하지만 단조로 화가에 대한 ‘멜랑콜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화음프로젝트’는 15일∼5월 13일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29일 제외), 오후 6시(15일 제외) 열리며 오전 공연에는 말러의 교향곡 5번, 쇤베르크의 현악 6중주를 위한 정화된 밤, 김 교수의 ‘비올라를 위한 모놀로그’, 오후 공연에는 임 교수의 ‘황금빛 비밀-클림트의 고백’,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12번을 선보인다. 02-780-505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09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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