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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클림트와 베토벤>, <클림트와 동시대 작곡가들-말러, 쇤베르크>를 조명하다.
김은하 / 2009-04-22 / HIT : 1120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예술 및 음악사에서 발견되는 미술과 음악의 결합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스스로 완성도 높고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작곡가도 있었고(쇤베르크), 회화의 색체이론을 음향적 차원에 직접적으로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작곡가도 있었으며(스크리아빈, 하우어), 음악에서 조성이 해체되고 회화에서 원근이 사라지며 추상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이르면서 음악과 미술의 결합은 본질적으로 재료적 차원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는데,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칸딘스키의 경우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색체, 구도, 점, 선, 면과 같은 개체적 요소들을 음악적 용어 및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기도 한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역시, 비록 음악에 대한 그의 언급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그가 추구하는 예술정신에 있어 고무적이었던 음악과 음악가들은 분명 있었고 이들에게서 클림트는 무엇보다 이념적인 차원에서의 합일점을 발견하게 된다.

 

 

 

 

* 클림트와 베토벤

 

클림트와 그의 동료예술가들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미술가연맹(Künstlerhausgenossenschaft)》을 탈퇴하고 뮌헨의 분리파와 구분되는 《빈 분리파(Wiener Sezession 1897)》임을 천명할 때 그들에게 절실했던 현안들은 젊고 참신한 예술가의 전시 및 활동무대의 마련과 빈에서의 세계적 작품들의 전시였다. 클림트가 1905년 분리파 내분에 의해 탈퇴하기까지 스물 세 번의 전시회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제 14회 전시회(1902)의 주제는 《베토벤》이었다. 악성(樂聖)이라는 명칭이 붙여질 만큼 존경과 추앙을 받아 온 작곡가로 순수기악음악의 대표적 쟝르인 교향곡에서 인성(人聲)으로 하여금 인류애의 메시지를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쉴러(Friedrich von Schiller)의 『환희의 송가(Ode an die Freude)』를 부르게 한 그의 예술의지를 기리는 차원에서 볼 때,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막스 클링거(Max Klinger)의 《베토벤 기념상》은 건축가 요셉 마리아 올브리히(Joseph Maria Olbrich)에 의해 예술을 위한 사원(寺院)으로 설계된 분리파 회관에서 고대 신전 제단 위의 신상(神像)과도 같다. 베토벤 상(像)을 중심으로 양 옆 전시방과 회랑 등 각 전시 공간에 분리파 회원들에 의한 벽화, 조각, 모자이크, 장식디자인 등이 자리하는데, 베토벤 상의 왼편 전시방의 클림트 벽화는 ㄷ자형으로 세 벽면에 이어지면서 띠처럼 둘러져 있다. 행복에의 염원, 인류의 고통과 투쟁, 시(詩)와 예술을 통해 얻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천상의 합창으로 울려 퍼지는 내용의 그림들이 벽화로 연결되는 가운데, 천상의 합창 장면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서의 쉴러(Friedrich von Schiller)의 『환희의 송가(Ode an die Freude)』 구절들에 연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