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Vol. 2 인터뷰
(상편에서 계속)
사람, 관계성
송: 선생님의 작품들에는 거의 사람이 등장하잖아요. 전문 모델이 아니고 일반인들 함께 작업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다가 아 못하겠어요 이런 사람도 있을 것 같고, 그만 할래요 이런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이거를 왜 어떻게 하는 건지 설득도 많이 하셔야 될 것 같고.
정: 맞아요.
송: 우리는 그냥 보는 거지만, 만약에 내가 한다고 하면 적당한 사람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정: 빵이 가운데가 좀 눅눅하지만...
송: 감사합니다. 이번에 중앙아시아 다녀오신 것도 역사학자들이 별로 이렇게 안 좋아한다고 그러시고. 그래서 시간 더 많이 걸리지는 않나요?
정: 그렇다고 해서 이걸 일일이 모든 걸 다 설명 드릴 수는 없죠.
송: 이건 안 되겠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런 적은 없으셨어요? 다 어떻게든 다 해내셨나요?
정: 안 되겠다 하고 지나갔죠.
송: 사진이나 영상에 찍힌 사람들도 자기 얼굴이 계속 남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정: 재밌는 건, 아까 <상록 타워> 얘기했잖아요. 그게 2001년도 찍었는데, 그날 찍었을 때 당시에 갓난 아기를 낳아서 그 집에 처음 아기를 데리고 온 날. 그분들과 같이 들어가서 찍은 사진이 있어요. 그 애기가 지금은 스물다섯이잖아요. 얼마 전에 제 인스타에, 상록 타워 살던 사람인데 이제 그 아파트가 재건축 들어가서 허문다고, 그때 기억을 같이 계속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감회가 새롭구나, 뭐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송: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전 세계 돌아다니시면서 기한 내에 다 하고 오셔야 되는데. 사진 작가들 중에는 카메라 하나 들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찍고 하시는 분들 많이 있으실 텐데, 혹은 어떤 물건 놓고 찍거나. 그런데 항상 사람과 관계하시니까, 사람과의 관계 맺기도 선생님의 중요한 주제인 것 같아요. <내 사랑 지니> 같은 경우도 자기 얼굴이 진짜 평생 기록되는 건데, 그게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이야 선생님 하신다고 그러면 저도 할래요 하고 몰려오겠지만, 처음에 했을 때는 굉장히 설득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이 시리즈는 계속 하시는 건가요? 저 그거 보고 하나 생각난 게 있어요. 제 꿈이 원래 오케스트라 지휘자였거든요. 그래서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하는 장면하고, 여기에 지휘봉만 잡아서 찍으면 어떨까요? 포즈가 비슷하니까. 만약에 또 하시려면 이제는 지원서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전 세계에서 올 것 같군요.
정: 오히려 우연히 어디 가서 그 사람 보고 말을 걸어서 진행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어요.
송: 그렇군요. 그러니까 항상 작가님은 현장, 지금, 관계 이런 것들 굉장히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내가 작업할 건데 같이 할 사럼 사람 모여, 이게 아니라...
정: 상대방 의향이 중요하긴 한데, 모집을 해서 인위적으로 뭔가를 하면은 마음에 안 들어도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져요.
송: 어떻게 보면 연출되지 않는 어색함, 그 포인트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정연두: 내 사랑 지니 (출처: From A)
싱코페이션
정: 네. 저는 화음하고 처음 프로젝트 할 때 깜짝 놀랐던 부분이, 영상 보여드리고 나서 작곡가분들이 여러 분들이 오셔서, 그래서 컴피티션을 해가지고 한 분을 뽑아서 하신다고. 어떻게 짧은 시간에 뽑아냈을까. 그다음에 또 하나는, 저 같은 문외한은 처음 들으면은 음악이 안 와닿아요. 그래서 심사와 심의로 뽑을 때 제 의견 묻지 말라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정된 분은 음악을 보내오셨고,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내 작품은 너무나도 잘 아는데 음악은 처음 들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매칭을 못 시켜. 그런데 대단히 신기한 경험을 하는 거는, 옛날에도 물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 듣고 워크맨을 듣고 다니는 시절에도 A면 끝나면 B면 돌리고 B면 끝나면 A면 돌리고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면은, 그때 황병기 가야금이나 이생강의 대금 산조 이런 거를 맨날 듣고 다녔어요. 뭐라고 그럴까, 반복해서 며칠을 듣고 나서 안 들리는 게 들리기 시작하고 안 들리는 선율들이 느껴지고, 그 대목이 기다려지고, 이게 되면서 저는 많이 놀라운 게, 선생님 같은 분들은 초연돼서 공연하는 걸 듣고선 그거를 어떻게 바로 그렇게 캐치하시는지도 되게 놀랐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한 번 공연 듣고 나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결국은 <날의 벽> 앞에서 네 분이 연주한 거를 녹음본을 받아가지고 반복해서 들으니까, 아 이거 좋구나, 알게 되고, 장석진 작곡가가 또 이후에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하신다고 해서 가서 들어보니까 베이스 클라리넷이 더 좋다는 거를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에 이제 비교가 돼서 알게 되는 거지. 처음 들었으면은 그냥 그 현장에서 주는 느낌, 연주자의 움직임, 소리 내는 표현 이런 정도만 보고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게 참 대단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그런데 제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음악을 임지선 작곡가님한테 청탁을 드리고, 콘서트 준비를 하고, 피아니스트 섭외를 하고, 그러고선 작곡가님 음악을 한 5~6개월 기다렸나? 그러고 나서 이제 음악이 준비됐다고 컴퓨터로 해서 보내오셨는데, 보내주시고 나서 당일날, ‘어때요?’ 그런데 내가 거기서 반응을 해주면 안 될 것 같아. 모르니까. ‘내가 좀 더 들어볼게요.’ 반응해줬는데 작곡가 입장에서는 반응이 별로 없으니까 부담스러우셨을텐데. 저는 그걸 갖다가 몇 주를 반복해서 들으니까, 처음에는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다가, 그다음에는 이게 주는 느낌이 되게 다르구나 하는 걸 이해를 하게 되고, 그다음에는 그게 주는 감정적인, 폭풍 다음에 감정적인, 그거가 주는 매력이 너무 좋구나! 이제는 영상을 음악과 함께 편집하는 동안 골백번을 들으면서 음표 하나하나에다가 화면 올리고 하면서 혼자서 감동을 하는 거예요. 아, 이건 너무 좋다. 그래서 감동을 하고, 이 장면에 이 곡을 맞춰낸 거에 대해서 스스로 매우 좋게 되고 이런 경험을 하게 되니까, 나란 사람은 절대 음감, 절대 소리에 대한 거는 엄청 둔하기 때문에, 결국은 음악적인 것을 이해하고서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나란 사람은 반복해야지만 알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거를 이제 배우게 됐죠.
송: <백년 여행기> 보면 이렇게 훌륭하게 만드셨는데요, 엄청나게 자주 들으셨을 것 같아요.
정: 혹시 보셨나요? 강릉에서 했었던 <싱코페이션>(2025).
송: 아니요, 못 봤어요.
정: 여기서 같이 커피 마시면서 보시죠. 제가 몇 가지 영감받을 만한 것들 드리고선 그다음에 제가 부탁을 드린 거는 두 개의 다른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대화를 원했었고, 그래서 제가 그렇게 피아노 현을 제거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걸 몰랐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비용이 엄청 많이 든다는 것도 알게 되는. 그래서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송: 현을 제거한다?
정: 초연을 촬영을 위한 공연을 해야 되는데 임지선 작가님은 꼭 두 대에 다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건 절반의 작곡이잖아. 작곡한 것에 절반밖에 못 해. 그런데 나는 한 대는 현을 다 제거했으면 좋겠다... 조율사하고 알아보니까 이거는 큰 수술이라고.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든다, 현을 다 새로 갈아 넣어야 된다, 그래서 고민을 하는데 어느 회사 회장님이 제 고민을 듣더니 내가 해줄게 그래가지고 바로 제거하고, 연세대 100주년 콘서트홀을 하루 빌리고, 그거는 또 이제 파마리서치라고 하는 회사에서 빌려주시고, 그리고선 이제 제가 거기 피아니스트 두 분한테 부탁을 드려서, 안종도 선생님하고. 안정도 선생님이 저 <날의 벽> 공연을 보러 오셨다가 저한테 같이 작업하자고 우선 먼저 제안을 주셔가지고, 제가 이렇게 안종도 선생님하고 같이 했고, 안종도 선생님이 피아니스트 한 분을 더 섭외를 해주셔가지고 두 분이 연주를 하는데, 한 대는 현이 제대로 있고, 한 대는 현이 없어요.
송: 그러면 소리가 타악기처럼 나겠군요?
정: 해머가 올라오는데 현이 있는 그 자리에 뭐가 없으면은 바운스가 안 되니까 얘가 튀다 다 뒤집어져요. 그래서 건반이 들어갔다 안 나오게 되니까 그 위치에다가 막대를 댔어요. 그래가지고 막대를 툭 치고 나서 다시 비슷한 감각으로 돌아올 수 있게. 그렇게 막대를 설치하고 현을 다 없앤 상태에서 한 대는 거의 타악기고, 한 대는 현악기가 되고. 그렇게 모국어가 다른 두 대가 한 곡을 같이 대화해서 연주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마 현이 없는 피아노를 치신 분은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분한테도 조건을 얘기를 할 때 소리가 없는 피아노를 연주, 안 듣고서 협주가 가능하냐, 어떤 분은 나는 소리 안 듣고서 연주하는 거 못하겠다. 그런데 어떤 분은 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해가지고서 같이 하시게 된 거고, 두 분이 지금 몇 번을, 그래서 사실 한 대의 피아노가 따로 있었어요. 제 공연을 위해서 촬영을 하고, 촬영을 마치고 나서 임 작곡가님의 원곡을 위해서 한 번 더 연주하는 걸로. 그리고 원래는 촬영 팀만 와서 촬영을 해야 되는데, 100주년 기념 콘서트홀을 빌리고 대관을 후원해 주셨던 분들이 내가 주변에 손님들 조금 불러도 돼? 그래가지고 어영부영하다 보니까 100여 명이 오셔서 앉아서, 촬영 팀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이렇게 촬영하는 것까지 포함한 공연을 보셨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보면 되게 좋은... 웃기긴 한데... 저는 어떻게 보면은 러시아어와 고려어, 그러니까 한국말과 사이에 두 가지의 다른 모국어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인 거라고 생각을 했고, 임지선 작곡가님은 디아스포라에서 우리 음악에서 작곡의 모티브를 잡으시고.
송: 영상은 어떤 내용인가요? 고려인에 대한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정: 강릉에 신주 빚기 행사가 있어요. 단오제를 하기 일주일 전에 부정굿을 하고, 누룩을 들고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사람들이 공양미 같은 걸 곳곳에서 꽂아가지고 신주를 빚는데, 그 빚는 항아리를 제가 빌려와서 신줏단지 안에서 술이 익는 걸 촬영을 하고, 강릉에 4월달 5월달에 산불이 엄청 많이 일어났는데 그 산불을 이겨내고선 신주 빚은 걸 가지고서는 대관령으로 올라가서 산신들에게 제를 지내고, 거기에서 잘라온 나무를 가지고서 놓고선 사흘 동안 굿하고 하는 그런 과정의 그것들을 주로 이제 가지고서...
송: 영상 편집은 <백년 여행기>처럼 음악의 리듬에 매치시키는 것으로 보이네요. 전에 <다큐멘터리 노스텔지어>를 하실 때는 영상이 이미 만들어진 거라 장석진 선생님 곡과는 그렇게 매치하지는 못했죠.
정: 그렇긴 한데, 울산에서 공연할 때(2022년 2월 16일 울산시립미술관)는 연주자분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으시고, 영상에서 오렌지색 복장 분들이 등장하고 할 때 그 타이밍에 맞춰서 등장하시고 그랬죠. 연주하시고 또 퇴장하시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정석진 작곡가님이 해석한 거를 저는 영상과 매치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영상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이 된 거라면... 이거는 오롯이 음악을 영상 제작하는 기본으로 두고 우선 시작을...
송: 음악을 먼저 만들고 영상을 매치해서 만드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죠?
정: 그렇게는 안하죠.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염원이라는 것과, 쌀을 심어서 1년 동안 키워가지고 그걸 밥을 해서 다시 신들을 위해서 술을 만들고, 그 술이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보이지 않는 균들에 의해서 발효가 되고, 이러는 과정들이 저는 약간 어떻게 보면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과 음악이 가지는 포용성 같은 것 사이에, 저는 저 두들기는 소리가 어떻게 보면 서로 방해하는 것 같지만, 굉장히 음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서로 이렇게 협주한다는 것이 주는 대화 방식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송: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의 있을 공연 현장(6월 12일 푸투라 서울)에서 들어야 할 것 같군요. 현장에서 주는 감흥은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정: 그래서 기대되는 거는 연주가 길이나 분량이 다르기 때문에 영상하고서 이렇게 매치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영상을 들었을 때 두 연주자들이 그런 타이밍에 맞춰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송: 네, 그래도 일단 영상은 고정된 거니까 보면서 맞춰서 해야죠. 이런 경우 보통은 ‘클릭’이라는 걸 쓰거든요. 이어폰을 꽂고 클릭을 들으면서 연주하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이미 연주에 맞춰서 영상을 만드셨기 때문에 영상이 그 역할을 할 것 같군요. 그리고 작품을 보면 <백년 여행기>처럼 영상이 연주에 딱 맞춰진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처럼 100% 잘 맞추는 것 자체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고, 연주자가 계속 영상을 보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중요한 포인트들을 악보에 적어 놓든지 하면 될 것 같아요. 두 번째 피아노를 어떻게 준비해야될지 좀 고민이긴 한데, 그건 차차 고민하도록 하고... 그런데 저렇게 현을 빼지 않고도 해머가 있는 위치에다가 판자를 대도 되지 않을까요?
정: 저는 잘은 모르지만, 해머가 현을 때리는 그 위치가 건반하고서 딱 매칭이 돼 있어서 그 위치가 달라지면은 건반 누르는 감각이 완전히 달라져요. 나무의 두께도 현을 치고 나왔을 때 텐션이 최대한 일치하도록 조절을 하고... 그래서 조율사분들이 그걸 보고 맞춰주신 거예요. 저는 몰랐는데, 피아노를 전문으로 리퍼비시하는 데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그걸 다 끄집어 내가지고 조절을 하고 만들었죠. 챌린지가 클 것 같아요. 심지어 콘서트 공간이 아니라 어디 공간을 빌리신다고 들었어요.
송: 박상연 예술감독님께서 이번에는 좀 더 페스티벌로서 하시려고 생각하고 계셔서, 음악회장에서 하는 음악회가 아니고 어떠한 공간에서 할 계획이라 현장감이 더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후에 ‘푸투라 서울’로 결정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콘서트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음악회를 음악을 들으러 왔다는 관념에 사로잡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콘서트장에서 벌어지는 실험극들을 보면 정말 부조화스러워요. 그래서 음악회라는 고정관념을 주지 않는 공간에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좀 더 영상 작품에 맞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이 중요한 건, 실제 전시를 한다고 하면 같이 할 수 하기 힘든 것들이 같이 있는 거죠. <날의 벽> 같은 경우에도 사실 이제 더 이상 구현하기 힘드시잖아요.
정: <날의 벽>을 이제 어떻게...

정연두, 백년 여행기 (출처: From A)
송: 딱 그때 그 시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거였죠. 아무튼 요즘에 작업을 하시는 방향, 그러니까 음악을 먼저 해놓고 영상을 작업하시는 것이 뭔가 좀 다른 패러다임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영상을 작업하고 난 다음에 이제 소리를 붙이는 작업들이 많죠.
정: 제가 하나 습작처럼 만든 게 있는데 잠깐 보여드릴까요? 이건 두 채널이 아니고 긴 전광판 그걸로 생각하고, 이렇게 꺾이는 화면이예요.
송: 이 작품은, 제가 드는 생각이, 음악과 영상이 동기화된 대화네요. 콘트라베이스 솔로와 색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협연 같아요. 영상을 뒤에다 놓고서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해도 될 것 같군요. 이번에 화음과 공연할 <싱코페이션 #5>도 두 대의 피아노와 색 오케스트라의 협주곡 같을 것 같습니다.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요. 백남준이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피아노가 단지 88개의 건반만을 가지고 있다면, 초당 1,200만개의 점을 가진 컬러TV는 1,200만개의 건반을 가진 피아노와 같다고요. (출처: 백남준, 『비디아 앤 비디올로지』) 이러한 관점이 그를 영상과 소리의 경계를 허물게 했죠. 선생님의 작품에서 그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이 오케스트라 같아요. (습작을 보여주신 후 작년에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했던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한 사정들>도 보여주셨다.) 이거 봤었죠.
정: 아, 보셨어요?
송: 네, 국제갤러리에서 봤죠. 연주 영상이 악기별로 나뉘어서 공간 여기저기에 배치되어서 제가 움직이면서 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잖아요. 사실 예전에도 그런 개념이 있었거든요, 슈톡하우젠이나... 그런 현대 음악을 할 때는 많이 어려울 수 있지만, 선생님 작품은 그렇게 보여주니까 아주 재미있고 실감나게 들었죠. 아무튼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회장이 아니라 전시 공간에서 할 예정이라 훨씬 색이 잘 살아날 것 같아요. 어두운 공간에서 할 계획이거든요.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둬서 하려고 해요. 이렇게 다른 공간인 만큼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일 거예요.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나 음악회 왔어’라는 그 개념 자체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에 따라오게 하는 데 굉장히 걸림돌이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콘서트홀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사실 말이 쉽지, 공연장에서는 할 필요 없는 고민을 해야 하죠. 음향뿐만 아니라 어디 대기실을 써야 되느냐부터 시작해서 의자를 어디에 놔야 되고, 프로젝트는 또 어디 있고, 피아노도 있어야 되고, 이런 점들로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콘서트홀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콘서트홀에서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공간이 결정되면 다르게 할 구상을 해야죠.
정: 연주자분들이 등퇴장을 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그분들한테 가서 들어오면 되는... 극장이 가지고 있는 고정성, 그리고 어떤 움직이지 않는 자리의 편안함 이런 게 아니라, 방향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관객들도 원하는 대로 따라다니고, 리프레시가 더 좋아요.
송: 이제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이제 중앙아시아 방문도 준비하셔야 되고. 중앙아시아는 한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계신 거예요?
정: 7월달에 한번 가려구요.
송: 그러고 보니까, 작년에 국제 갤러리에서 하셨던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한 사정들>도 그 지역에서 찍은 거였죠. 7월이면 고민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학기 중에 또 수업도 하셔야 되는데. 그래도 ‘짠’ 하고 주시겠죠. 그때는 이거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나중에 보면 다 되어 있더군요. 좀 더 얘기할 건 사실 많았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것 같네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기대하겠습니다. [畵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