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이 음악은 정적(靜的)이고 시적인 화면을 상상하면서 수평적이며 수직적인 화음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때그때 조각으로서의 음들의 연속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는 조성적 울림을 확대시켜 음향으로서의 섬세한 소리를 추구한 음악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응집-나무”의 작가의 작업노트의 ‘오브제의 반복적 집적으로 자연물의 형상에 이르기’와 마찬가지로 음악적 재료의 반복과 변형에 의해 단편들이 연속되는데 이는 마지막에 가서의 온전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환되는 화성(울림)과 이를 구성하는 음악적 아이디어, 색채, 구조 그리고 이를 통해 표현해내려는 내용은 흡사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우리를 둘러 싼 세계와 유한한 존재로부터 벗어나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성을 경험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 외형상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런 요소들은 “순환” 이라는 하나의 흐름 위에 놓임으로써 밀접한 관련을 맺는데 곧 ‘대립’과 ‘조화’ 그리고 ‘일체감’을 음악적 공간에서 시간을 타고 흐르는 하나의 울림으로 표현하였다. 작곡가 고(故) 이강율(李康律) 전 서울대 교수의 음렬을 차용하여 사용함으로써 그리움과 추억에 대한 단상을 순환하는 주제로 활용하였다.
강혜리 - 작곡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