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며....
미인도를 보며 현대 음악을 접목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물론 현대음악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조선시대의 그림을 서양음악에서 온, 그것도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음악의 정서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작곡가의 주관적 관찰은 그림 이면의 정서에까지, 추론과 상상을 더해 재해석, 재창조가 가능하다.
나에게 느껴지는 미인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덕스러운 여인에게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향기이다.
성경 잠언 31장에서 말하는 덕스러운 여인의 상(像)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그곳(조선)에도 있다.
그 내면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고 노래하고 싶다. 가냘프게 보여도 마음이 깊고 온화하며, 심지가 곧고 강한 현숙한 여인!
미인도
(시-유진선)
붓 따라 한 선, 한 선 가다보면
가녀린 한 여인의 다소곳한 시선은
무엇을 응시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트레머리조차 버거워 보이건만
길지 않은 인생에 인내와 숙련을 담고 있겠다.
가냘픈 손끝에 삼작노리개 만져질 때
환희와 호사함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누림에 충분한 감사함이 묻어난다.
울긋불긋 다홍치마는 아닐지라도
풍부한 치마 속에는 다산하고 번성할
복된 태의 열매가 예비되었으리.
한 여인이 품은 속마음이야 어찌 알랴마는
덕스러운 여인으로
한 남자를 그리고,
한 집안을 지키며 살아온
나의 누이, 나의 아내, 나의 어머니!
외유내강한 그 모습을
붓은 지금도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