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작품 해설 : existence is song은 1960년대 미국식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실험영화감독인 스탠 브래키지(Stan Brakhage, 1933-2003)의 단편 영화 The Dante Quartet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작품이다. 이 영화는 근세의 문학가인 단테의 신곡 (Dante Alighieri: La Divina Comedia)에 배경을 두어 만들어졌으나 신곡에 나타나는 지옥-연옥-천국의 세 부분 구조가 아닌, Hell Itself, Hell Spit Flexion, Purgation, existence is song의 부제가 붙은 네 부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6분 남짓한 이 짧은 영화에서 나는, 다른 어떤 부제보다도 지옥에 관한 감정만이 줄곧 모호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떠한 스토리도 없이, 그저 수많은 색채들이 빠르게 섞이고 움직이는 극히 추상적인 영상 속에 아주 잠시 보이는 별, 달, 행성, 화산 폭발, 그리고 사람의 초상은 마치 자연 앞에서 느끼게 되는 인간의 무능력함을 말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때로는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지옥과도 같은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그저 살아나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existence is song(존재는 노래)라는 이 작품의 마지막 부제처럼 말할 수 없이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곡에 쓰인 가사는 단테의 신곡 (영문판)에서 발췌하였다. 다만 ' Beati pauperes spiritu,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있나니)는 같은 내용을 배경으로 하는 그레고리안 찬트 "Beati pauperes spiritu quoniam ipsorum"의 라틴어 원문 가사로 재구성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