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Hwaum Project Op. 170 ‘Sound Play ‘
배동진, 사운드 플레이
이 음악은 영상작가 이행준의 작품 "nebula rising"을 보고 받은 느낌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이 영상을 처음 본 후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이 영상은 현대의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실제 필름을 가지고 가공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소위 ‘아날로그적‘인 재료로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 것이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라는 ‘아날로그적‘ 재료로 어떻게 이 영상에서 느껴지는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에 대한 답이 이 음악의 내용을 이룬다. 나는 이 곡에서 오로지 두 개의 음계와 또 이 두 음계에서 나온 두 개의 코드(Major 7화음, minor 7화음)만을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표현할까’ 보다는, 이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까’를 작품을 써 나가는데 기준으로 삼았다. ‘sound play’의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에서 내뿜는 기계적 반복성은 ‘nebula rising’의 아날로그적 재료와 디지털적 이미지와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이행준, Nebula Rising
이 작품 속에는 이미지 재현의 논리도 구조도 없는, 영화 필름 물질의 본성이 고스란히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이때의 시각성은 하지만, 여전히 짧지만 긴 영화의 역사의 제한적인 틀 다시 말해 사각형의 프레임이 연이어진 필름이라는 아주 긴 띠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작품의 제목을 우주의 성운이라 빗대어 말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먼지의 과학"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속도가 없는 물질적 이미지는 영사기를 통해 영사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를 뿐이다.
* 작가 이행준
영상작가,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백남준 미술관의 단체전을 참가했으며 팩토리 & 쿤스트 독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벨기에 현대미술관, 아르헨티나 현대미술관, 뉴욕 이슈프로젝트룸, 시카고대학 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Alan Courtis, Jerome Noetinger, Martin Tetreault와 같은 동시대 음악가들과 즉흥협연을 기반으로 한 시청각 퍼포먼스 작품을 발표해왔다.
>>20161216 사운드 플레이 공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