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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삶의 그림자’ – 2008년 5월11일 화음쳄버 정기연주회 감상문
김진경 / 2008-05-31 / HIT : 1609

무대 양 옆에 놓여진 두 개의 ‘나무 공’ 은 연주회 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연주회 내내 나의 머릿속 영감을 자극했다. 나뭇가지들이 얽히고 설키며 하나의 큰 형체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큰 인상을 주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이 작품과 만나게 될 소리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신기한 미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임지선 교수님의 ‘그림자의 그림자’ 또한, 그 도입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작품의 느낌을 잘 묘사하였다. 그림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듯, 한 섹션이 끝나면 또 다른 섹션이 바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곡의 구성은 내가 긴장감을 조금도 늦출 수 없이 작품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들었다. 끝없이 잇닿아 관계를 맺고 다양하게 조합하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고, 다시 흩어지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정말 많은 삶의 모습들을 떠오르게 하며, 한없이 외쳐대는 그 수많은 삶의 소리들은 어느새 연주회장을 꽉 메우는 듯한 하나의 거대한 음향이 되어 나를 감동하게 한다.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인 나에게 현대음악은 사실 친숙해 진지 꽤 오래된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까워질 만하면 이내 멀어지곤 하는 존재이다. 한 때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했던 현대주법, 새로운 음향과 같은 것들이 요즘 들어서는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지겨워진다. 그래서 좀 더 참신한 현대음악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던 이 시기에 듣게 된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곡은 나의 작품을 돌아보며 ‘작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작품은 아주 조성적이지도 아주 현대적인지도 않은 적절히 조화된 음향을 지니고 있는데, 현 시대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극단적 대립이 존재하지도, 또 옛 시대의 무한한 여유로움이 존재하지도 않다. 우리의 일상은 그냥 그 중간의 상태에 놓여있다. 현재에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은 지금의 우리 자신을 잘 반영한, 우리의 모습이 담긴 진실한 음악이다. 비록 현대음악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도 소리라는 매개체로서 현대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고, 그것으로 다른 이들과 하나 될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
개선의 노력과 많은 변화로 대중들 모두가 현대음악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나 또한 부단한 노력과 변화의 과정을 통해 나의 작품들이 언젠가 화음쳄버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될 수 있는 영광스런 날을 고대해 본다. – 글쓴이 김진경

* 이 글은 5월 11일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보고 김진경님이 쓰신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