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1일 화음 정기연주회 감상문
이소현 / 2008-05-11 / HIT : 1595
이소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선택하게 된,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연주회.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고, 그림을 통해 음악을 듣고 음악을 통해 그림을 볼 수 있는,
두 가지의 감동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연주회라고 할 수 있다.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이번 연주회에서는 나무를 이용하여 나무공을 만드는
미술작가 이재효의 작품 ‘0121-1110=108021’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임지선의 <화음프로젝트 Op.62, ‘Shadow of Shadow’>가 연주되었다.
사실 처음엔 ‘화음(畵音)’을 음악 용어인 화음(和音)으로 이해했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무대 양쪽에 작품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program에 써 있는 ‘화음(畵音)’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연주회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 않고 아무런 준비 없이 왔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렇게 모차르트의 세레나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화음프로젝트인 ‘그림자의 그림자’곡 연주가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혼란스러움’인 듯하다.
아름답고 유려한 선율을 기대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이 곡이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내가 기대했던 잘 정돈된(?) 선율이 아니라, 음들이 약간 어지럽게 섞여있는,
미술로 치자면 해석하기 어려운 추상화 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뭔가에 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지만, 12분동안 계속되는 곡을 듣다보니 점차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현악기 4종류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음색이 한정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소리가 현악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맞나 싶은 소리도 있었다. 바이올린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서 감탄하기도 했다.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활로 악기의 몸을 두드리면서 나는 소리에서 나는 타악기의 소리를 들었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빠르고 절제된 연주에서 피아노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읽기 힘든 음악’이란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현악기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이 곡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