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디아스포라’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전 세계를 유랑해야만 했던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에 이르러 이 단어는 본래의 뜻에서 더욱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온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특정한 기준의 범위에서 벗어나 남들과는 다른 차별을 받고 있는 ‘타자’라는 의미로도 통용되고 있다.
Katarzyna Kozyra의 은 우리에게 친숙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난쟁이로 분한 중년 여성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복장을 한 백설공주, 남성 성악교사 백설공주, 드랙 퀸(여장 남자)백설공주………… 초록빛 가득한, 그야말로 ‘동화적인’ 전형을 보여주는 공간에 등장하는 이질적인 인물들을 보며 내가 갖고 있던 ‘동화’에 대한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환대 받던 백설공주들 중 둘은 이후에 결국 남자로 밝혀지게 되고, 난쟁이들에게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난쟁이들의 눈에는 제거되어야 마땅했던, 관습적 규범을 빗나간 ‘타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중년여성들이 분한 난쟁이들의 모습도 영상을 접하는 우리의 눈에는 동화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가온다. 이토록 겹겹의 아이러니로 이루어진 잔혹동화를 통해, 여성성의표준에 대한 편견을 외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본다. 또한 더 나아가 이 영상이 제시하는 화두는 비단 젠더 역할뿐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리가 속해있는 모든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표준/비표준, 전형/비전형, 주류/비주류…………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구분 짓기와 그 잣대들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열려있는가? 이 음악을 만들며 고찰하고 싶었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