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일본의 요청에 의해 파견된 사절단 조선통신사의 여정은 한양에서 에도, 즉 서울에서 도쿄까지 대략 2000킬로미터에 이르느 대장정이었다. 말 1000여필을 포함하여 2000여명의 대행렬을 이루어 여행한 조선통신사의 모습은 전해지는 그림과 기록에 남아있다. 당시의 문물을 일본에 전하는 조선통신사와 그들을 맞이하고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의 모습을 훈훈하고 그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음악과 무동의 춤이 통신사절단의 길고 험한 여정의 고단함을 덜어주었으며 일본은 호화로운 연회와 향응으로 통신사의 노고를 풀어주었다.
'흩어진 기억과의 만남-조선통신사'는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소리로 상상한 음악이다. 당시 함께 나누고 즐겼던 풍속,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기 위하여 두 나라의 전통 악기 중 비슷한 음색으로 남아있는 생황(일본의 쇼)을 사용하였다. 12월 22일 교토 연주에서는 일본의 쇼 연주자가 생황을 대신할 예정이다.
이 곡은 크게 4개의 장면을 상상하며 작곡되었다. 국왕을 배알하고 육로를 통하여 부산으로 이동하는 장면, 파도가 일렁이는 해상과 세토나 내해를 거쳐 교토에 상륙하는 장면, 무사히 육지에 오른 뒤 휴식과 여흥을 즐기는 장면과 이어지는 평온한 휴식, 마지막으로 교토에서 에도로 이어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퍼레이드 장면이 길게는 9개월 가까이 걸렸던 여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