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19세기 중반부터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 한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이주민 2, 3세대 한인 중 러시아 군인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부른 민요와 독립운동 가요 등이 국립국악원에서 발매한 음반 ‘그리움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세기 초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며 이름마저 잃어버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을까요. 이영하의 소설 “검은 꽃”에는 멕시코 에네켄 농장의 한인들, 그리고 그들이 독립군 부대 창설을 목표로 멕시코 혁명군과 과테말라 혁명전에 참전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콘트라베이스 독주를 위한 디아스포라>에서는 ‘그리움의 노래’에 담긴 러시아 한인의 노래와 ‘Diaspora’라는 단어에서 치환되는 음들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노래 중 일부는 겹쳐지거나 흔적만 남아 있도록 재구성되는데 가끔은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해지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이 부르던 노래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을 지난한 여정을 통과한 과거의 디아스포라,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21세기의 디아스포라에게 헌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