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피아노 사중주 1번’
나의 피아노 사중주는 화가 문인상의 작품을 접한 후 받았던 여러 단상(壇像)을 음화(音畵)한 것이다. 나는 작품 전체를 통해 전통적인 서양음악에서의 지시어를 통한 템포의 변환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오로지 구성음 자체와 텍스추어상의 밀도로만 템포의 완급을 표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화가 가지는 일필(一筆)의 휘지(揮之)성을 묘사한 것이다. 오늘의 피아노 사중주에는 짧지만 많은 여백과 공간이 있다. 이 역시 한국화 (혹은 문인상의 작품)가 전달하고자 하는 구도상의 여백을 음악이라는 연속적 형태의 구조물들로 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작품 전체에서 구분 되어진 모든 부분들은 일련의 연속성을 지닌다. 이는 여백과 공간의 여유는 있으되 결코 밀도가 느슨해지지 아니하는 생명력 넘치는 화가의 작품을 그려 내고자 함이다. 화가 문인상은 들풀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우리 민초들의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였고 나는 피아노 사중주의 첫 부분 현악기들에 의해 표현된 것처럼, 짧지만 꼬리를 무는 듯한 노래들. 비록 ‘들에 피는 풀들’과 같으나 끈질긴 질경이처럼 지속되어 온 우리 백성들에 대한 단상을 담아내고 자 했다. 반면 빠르게 나타나는 악상들은 흥과 노래로 이어져왔던 우리 민중의 노래를 표현하고 있다.
- 작곡가 유주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