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작품해설
기본적으로 음악과 회화(painting)라는 두 장르 사이에는 아무런 동질성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Pollock, Mondrian, 그리고 Rothko를 비롯한 몇몇 추상화가들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그 형상들을 음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한바 있다. 아마도 그들의 회화가 객관과 주관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해방감을 부여하는 추상이라는 형태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화가 전영기의 unpractical construction(유용하지 못한 건축물, 작곡가 해석)은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나를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mondrian의 De Stil과 Bauhaus의 영향 이후 오늘에 이르는 소위 현대적 건축과 이 현대적 구조물들의 “부정성”.
이 작품이 나에게 다가온 가장 큰 느낌은 회색(무색, 어두운, 음침한, 무서운, 절망)이미지와 거대한 단조로움이 주는 구속적 이미지이다. 그리고 “dim"이라고 하는 형용사적 이미지(어두침침한, 흐릿한) 그리고 음악의 "diminuendo"(사라지듯이)라는 이미지....... 이 그림 속 건축물의 창들을 보라! 똑같은 형상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무한한 변형태....... 그리고 그 속의 인간은 없는 듯하다.
이홍석 - 작곡노트
창을 본다.
들여다보거나 내다보거나 혹은 다만 바라본다.
안과 밖, 그리고 또 다른 공간.
도심 한가운데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사방이 창문(窓門)이다. 창문이 빼곡하게 나있는 건축물들이 마치 일정한 패턴의 거대한 장막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다. 나는 이 같은 도시 공간 안에서 빈틈없는 격자무늬의 잘 짜여진 구조를 바라본다. 수직, 수평선과 창들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건축물의 구조는 경외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는 이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 풍경의 인공미와 절대미를 작업의 모티브로 하며 특히 반복적 형태인 창문과 그것의 프레임 안에 담긴 이미지를 탐구한다.
전반적인 작품제작 과정은 판화의 기법을 기초로 하여 그 위에 리터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판화의 다양한 표현 위에 회화적인 드로잉을 겹치는 것이다. 판화기법 중에도 자유로운 이미지를 구사할 수 있는 석판화와 모던한 간결함을 표현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으로 1차 제작한 뒤 다중적으로 리터치한다. 또한 부분적으로 광택 효과를 입히거나 유리구슬을 사용하여 시각적이면서도 촉각적인 풍경을 표현한다.
전영기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