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이름마저 많이 닮아 있는 두 형제, 화해할 수 없는 대척점에 오랜 세월 놓여진 채, 전장에서 재회하게 된 그 비극적 순간에 느꼈을 형제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오랜 물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두 형제가 처한 상황을 내 작품의 작곡 재료에 연결시켜 작곡을 시작해 보았다.
<하이퍼리얼리즘 : 형제의 상>의 두 인물의 대립 구도는 나의 이전 관현악 작품 <Sound Play - Homo Faber>의 작곡 재료와 우연히도 맞닿아 있다.
나는 이 곡에서 대등하면서 대립되는 두 개의 음계(Scale)만을 재료로 삼아 작곡을 했는데, 무엇을 표현할까보다는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집중하고자 재료 자체를 단순화한 것이다.
오늘 초연되는 이 작품에서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각각 일곱 개 음으로 이루어진 이 두 개의 음계(Scale)는 중요 모티브로서 양립하는데, 같은 듯 다른 ‘두 형제’의 상황과도 많이 닮아 있다.
두 음계가 두 형제를 지칭하거나 표현하지는 않는다. 두 음계를 단지 작곡 작업의 재료(오브제)로 삼아 이 재료가 가지는 음향적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작곡가로서의 이 시도가, 감상을 하는 이가 형제가 가졌을 감정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