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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音.zine vol.6] 무대 뒤의 이야기: 박미희 & 박지현 '7년만의 첫 만남'
화음뮤지엄 / / HIT : 230

무대 뒤의 이야기

7년만의 첫 만남

바이올리니스트 박미희 & 박지현

서주원(음악평론가, 음악학박사)

 

 

2023년 5월 14일 오후3시 화음챔버 연습실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미희, 박지현과 만났다. 필자를 포함해 우연찮게 모두 2016년에 화음에 합류한 멤버들이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거치며 무대와 글로 만나오며 서로 충분히 낯이 익었다. 그런데 막상 한 자리에 모이고 보니 그동안 말을 나눈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소 늦은 ‘첫 만남’이었지만 화음에서 쌓아온 7년의 시간이 대화의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먼저 화음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활동기간이 궁금합니다.

 

박미희: 저는 2016년도에 귀국했는데 그 해에 바이올리니스트 이세영 선생님 추천으로 처음에는 객원으로 참여하고 이후에 합류하게 됐어요. 

 

박지현: 저도 2016년에 첼리스트 김연진 선생님 추천으로 한 연주회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보통 기존 멤버의 추천으로 객원으로 참여했다가 화음챔버와 호흡과 색깔이 잘 맞으며 계속 활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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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미희


화음 연주 활동에서 느끼는 화음만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인가요?

 

박미희: 화음은 정기연주회 같은 경우에 소규모 편성이 아니잖아요, 실내악곡도 편곡을 통해 더 큰 편성을 만드니까 같은 곡이라도 느낌이 아주 새로워집니다. 또 특별히 현대곡을 많이 연주하는데, 이렇게 현대곡을 정성들여 연습하고 연주하는 단체를 본 적이 없어요. 감독님이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이시고 열심히 고민을 하시는 게 느껴져요. 작곡가들한테도 정말 최고의 단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휘자들과는 다르게 연주자들의 굉장히 다양한 의견을 감독님이 다 수용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민주적이며 독보적 단체라 생각합니다.

 

화음은 지휘자 없는 리더 그룹이라는 실험적 운영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운영방식은 바뀌었어도 민주적이라는 정신은 여전한 것 같네요. 

 

박지현: 대형 오케스트라에서 다양한 지휘자들과 활동을 할 때, 대개 지휘자 중심으로 지휘자의 음악적 리드를 그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챔버 앙상블도 마찬가지로 지휘자가 있는 경우 거의 다 지휘자한테 맡기고 따라가는 분위기예요. 박미희 선생님 말씀대로 감독님이 모든 의견들을 다 듣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화음처럼 전통과 명성이 있는 단체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단원들의 아이디어도 다 시도해보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실행 후에 피드백을 주시는 그런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게 되고요. 또한 현대음악 같은 경우에 외국의 현대음악 위주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신진 작곡가, 작곡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의 창작곡까지 발굴해서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는 과정이 정말 놀랍습니다. 어느 단체도 이렇게 하지 못할 겁니다. 리허설 때 단순해 보이는 단 한 두 마디 가지고도 의미를 캐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리허설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면서 화음의 저력을 깨닫게 돼요. 

 

박미희: 화음은 오케스트라 자리 배치에서도 항상 조금씩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도 아주 특별합니다. 새로 들어온 어린 단원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박지현: 이러한 시도는 사실 위계질서가 강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한국의 상황에서 상당히 쉽지 않은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공개 오디션을 통해 고정적인 자리가 정해지니까요. 챔버 같은 경우는 서로 듣고 맞추는 감각이 필요한데, 사실 경력 많으신 선생님들의 연륜은 따라가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어린 단원들에게 기회를 주셨을 때는 어떤 호흡과 색깔로 이끌고 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박미희: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께서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지지해주시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박지현: 어느 자리에 앉든지 모두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앞에 앉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뒤에 앉아있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고 참여해서 사실 어디에 앉는가는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 리더 같은 느낌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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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현

 

 

화음은 연주회장 뿐만 아니라 미술관·박물관 같은 장소에서도 연주하는데, 기존 연주장을 벗어난 연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미희: 일단 화음 연주의 경우 프로그램의 색깔과 주제가 확실하잖아요. 미술 작품과의 연결 등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그 기획력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로서 독주회를 기획하다 보면 기획이 연주만큼이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획을 일시적으로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이끌고 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화음 기획은 기존 클래식 연주와 다르게 공간까지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아요. 행위 예술 같은 경우에 장소에 제한 받지 않고 많이 하잖아요. 클래식 연주자들도 이제 공연장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화음이 그러한 기획을 하는 거죠. 

 

박지현: 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음악 활동을 했는데요, 외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음악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기업 파티 같은 곳에서 연주할 때도 있고 아웃리치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병원이나 거리에서 연주도 하고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음악이 격식을 차리고 격리되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화음에서 다양한 장소에 가서 연주할 때 관객들이 대부분 집중을 잘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요, 간혹 다소 산만할 때가 있어도 저는 전혀 낯설지 않더라고요. 

 

박미희: 연주하기가 좀 불편할 수는 있어요. 아무래도 조명 같은 것들이 완벽하지가 않아서 악보가 잘 안 보인다든지 하는 것이요. 아니면 음향 조건 때문에 자기가 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은 문제요. 그렇지만 우리가 더 발전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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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프로젝트 아카데미 실험 공연 '에코챔버'(Echo Chamber)

2019년 11월 30일 대안공간 루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을까요.

 

박미희: 저는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의 연주가 좋았어요. 그곳은 특별히 깜깜했었지만 조명이나 분위기가 신비롭고 무대 세팅도 다 좋아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어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활동 반경이 서초동 일대다 보니 그런 지역과 공간에 가서 연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죠. 

 

박지현: 저는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연주자들이 오렌지 색 작업복을 입고 연주했잖아요, 영화에 맞춰서 음악을 연주해야 하고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유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런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성 영화에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이 아주 재밌었어요. 내용 자체는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인터미션도 없는 공연에서 관객들이 끝까지 감상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했어요. 그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창작곡 연주는 어떤가요, 인상 깊었던 작곡가나 작품이 있나요? 

 

박미희: 일단 창작곡 악보를 받으면, ‘이걸 어떻게 연습하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죠. 들어본 곡도 아니고, 악보를 봐도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고요. 무슨 외계어로 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주법이나 지시 사항들도 그렇고요. 화성이나 선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난감하죠. 혼자 악보를 좀 보다가 혼자는 도저히 연습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리허설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죠. 이렇게 창작곡 연주는 다 같이 모여서 작품을 완성시켜 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박지현: 저는 기억나는 작곡가 두 분이 있는데요, 김신 작곡가와 백병동 선생님이요. 김신 작곡가는 2018년 화음 오작교 아카데미 때 처음 봤는데요, 그때 작곡가로 이제 막 시작하는 비장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작품에 기승전결이 뚜렷했고요. 또 보통 연주자들이 곡의 어떤 주법이 잘 안된다고 이야기하면 작곡가들이 당황하거나 그 부분을 빼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주 당차게 그래도 그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고요. 자신의 색깔과 주관이 굉장히 뚜렷했고, 음악을 완성했을 때 결국 작곡가의 의도가 전달되면서 이해됐어요. 작품도 아주 좋았고요. 이후에 유럽에서 콩쿠르 수상 소식 등을 듣고 있습니다. 

 

또 한 분은 백병동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의 곡을 1년에 한 번씩 화음에서 운지회 때 접하게 되는데, 선생님의 작품에는 작품의 논리뿐만 아니라 대단한 감동이 있어요. 그리고 연주자들에게 늘 아주 겸손하시고 따뜻하게 용기를 북돋아주시고요. 그러면 자연스레 연주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박미희: 저도 백병동 선생님 작품이 인상 깊은데요,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데 잘 모르겠는 작품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렇지만 선생님 작품은 지나치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좋아요. 물론 어렵게 쓰신 작품이겠지만 연주자에게는 편하게 다가온다는 거죠. 화음 연주에서 창작곡뿐만 아니라 편곡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화음이 모든 악기들이 다 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니고 현악4중주도 아닌 현악 챔버라 대부분의 연주곡의 경우에 편곡된 버전이 필요한데, 화음에 있는 많은 뛰어난 작곡가들이 그걸 가능하게 만드시죠. 다른 팀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아요.  

 

박지현: 쇼스타코비치 작품 등 많은 작품에서 안성민 선생님이 편곡을 많이 하고 계시고요. 또 그 외에 대단한 선생님들이 현악 앙상블 연주를 위해 효과적으로 편곡해주시며 든든히 지원해주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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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 Nostalgia

2022년 2월 16일 울산시립미술관

 

 

화음에 바라는 점과 앞으로 화음에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박미희: 예전 작곡가의 곡들을 편성을 다르게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화음에서 좀 더 새로운 편성, 새로운 소리를 시도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국악기와 함께 한다든지 하는 여러 다양한 조합이요. 지금까지 해온 시도이기는 하지만 좀 더 새로운 실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작곡가들이 이런 시도를 하고 싶어 하고, 화음은 창작곡 연주에 열심을 다하는 단체이니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또 화음 연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단체의 성격을 잘 아는 만큼 새로운 시도도 좋아할 것 같아요. 물론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난해하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박지현: 저는 화음이 미디어, 현대 무용과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음악과 무용의 결합은 성공적 사례들도 있고요. 심지어 드럼, 기타와 같은 실용음악 악기들하고도 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클래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합도 하고 마이크도 달아보고 하는 등 좀 더 역동적인 시도요. 제가 예전에 탄둔의 <고스트 오페라>를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연주하다가 물로 손도 씻고 종이 피리 부르고 커튼도 찢고 노래하고 춤도 춰야 했어요. 처음엔 너무 이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니까 연주자들이 반드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도 느꼈어요. 관객들도 아주 집중해서 하나의 영화처럼 감상하고 클래식 악기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보았거든요. 그렇지만 설득력은 확실하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영화든 인디 필름이든 상업적인 영화든, 아니면 미술이든 결국에는 기승전결에서 오는 설득력이 강해야지만 관객들한테 인정을 받거나 상을 받는 것처럼 음악도 그냥 난해하기만 하면 안 되고 그 안에 메시지나 정확한 표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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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로 활동한지 10년도 훨씬 넘지만 2016년에 화음평론상에 당선되고 난 후 비로소 이 단체 안에서 진정한 평론가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만큼 화음에서의 시간은 배움과 도전의 연속이다. 이날 인터뷰한 두 연주자 역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화음은 모든 멤버들이 리더 같은 책임감과 애정을 갖추도록 성장시킨다. 또한 이들에게서 같은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틀이 더 확장되기 원하는 마음,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실험하면서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기 원하는 마음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표현에 대한 열망이다.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말할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음악적이어야 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음악 안에서 만나고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畵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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