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눈으로 뒤덮인 산간의 추위, 발자국조차 없을 거 같은 적막감, 굽이굽이 흐르는 산줄기들의 중첩에서 느껴지는 원근감…
황재형의 그림 “산을 베고 산을 덮고” 를 처음 마주했을 때 얻은 몇 개의 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을 흰 오선지 위에 그려보았다.
시린 겨울 바람을 현악기의 무미건조한 소음 음향으로 나타냈고, 마치 능선을 따라 하듯 길게 얽히고 설킨 선율 사이에 찾아오는 침묵은 적막의 공간을 표현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셈여림에서 큰 셈여림으로의 긴 진행을 통해 중첩된 능선들의 거리감을 담아보았다.
이 음악의 제목은 ‘산천의 구릉을 정신적 주름’이라 표현한 미술평론가 윤범모의 황재형 작품평론에서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