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현대음악은 클래식음악 세계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수 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클래식음악의 규범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소리에 길들여진 청중은 작은 변화에도 인색한 편이다. 보수적 청중도 조금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유로운 현대음악의 매력에 눈뜨게 되는데, 현대음악회와 현대음악 강의를 통하여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청중의 ‘낯설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험이 2016년 여름, 내게로 왔다. 부다페스트에서의 한 달은 내게 온전한 자유를 주었는데, 부다페스트, 센텐드레, 에스테르곰과 티하니의 풍경은 낯설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부다페스트의 이방인: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는 헝가리 민요 봄바람 물결 만드네(Tavaszi szél vizet áraszt)를 기본 음악 소재로 사용한다. 민요 선율은 전통적 규범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해체되거나, 새로운 화성과 선율을 만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범위를 넘나든다. 클래식음악의 변방인 한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와 헝가리 민요는 서로에게 ‘이방인’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부다페스트의 이방인’을 통하여 헝가리 민요의 지엽적 특성을 넘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