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극사실주의 화풍의 거장 이석주님의 작품은 사실 나에겐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낡은 책들을 사진만큼이나 정교하게 표현한 그 작품들은 주로 관현악작품을 많이 작곡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지엽적이고 한정되게 다가와 직관과 판타지에 의지하는 나의 스타일과 도통 어울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개정되어 수원시향이 연주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예감의 새>라는 곡은 살바도르 달리의 <새>로 부터 비롯되었다.
세기말적인 분위기, 재앙, 절망, 상실감 등의 상상이 불러일으켜 지는 작품이라 작업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었는데
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교하기 그지없는 "책"들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여러 날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낡은 양장본의 서적들, 닳아 헤어진 모퉁이, 오랜 시간 속에 퇴색된 듯한 색감...
불연 듯, 손때 묻은 나의 책들이 떠올랐다. 연이어 두꺼운 철학책을 읽느라 고뇌(?)하는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까지 떠올랐다.
다 읽진 못하였어도 그 낡은 책들은 민감한 사춘기 시절의 한켠을 지켜본 증거이리라.
<추억>은 노래를 통하여 새로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