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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08년 5월 11일 화음 정기연주회 감상문
조한별 / 2008-05-11 / HIT : 1200
조한별 (연세대학교 외국어문학부)

그 다음 곡은 화음프로젝트로 작곡된 임지선 작곡가의 'Shadow of Shadow'라는 곡이었다. 이곡에서는 특히 현악기의 여러 연주기법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쳄버오케스트라여서 비교적 적은 수의 연주자들이 나왔기 때문에 연주자를 비롯해서 악기, 무대 까지도 세심히 들여다보고 또 그 안에 울려 퍼지는 하모니를 경청 할 수 있었다. 

시작은 콘서트마스터의 하나의 선율과 또 다른 바이올린의 하모닉스와 글리산도를 이용한 연주로 시작됐다. 그 소리는 마치 기름칠이 안된 문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살며시 열리는 모습이 상상 될 만큼 긴장감을 감돌게 하였다. 그 뒤로 점점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차례로 곡에 합류를 하였는데, 내가 경악한 부분은 콘트라베이스였다. 흑자주빛을 띄는 검은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마치 흑장미를 떠올리게 하였다. 

물론 놀란 이유가 색깔 때문만은 아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콘트라베이스의 활이 첼로와 다르게 마치 두레박을 타는 톱과 같이 생겼고 잡는 방법 또한 완전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콘트라베이스는 그 악기만의 특성을 잘 살려내어 곡을 한층 더 매력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판에 줄을 아낌없이 튕겨주는 모습은 마치 채찍질을 하는 것만 같았고 보는 나로 하여금 마음을 조리게 만들었다. 역시나 그런 강렬한 연주에 줄이 느슨해 졌는지 연주자는 아랫부분의 조율 나사로 미세하게 재조율을 하기도 했다. 

곡은 전체적으로 맑은 날이 오기 위해 폭풍우라는 시련을 거치는 깊은 숲속에서 약동하는 생명체들의 꿈틀거림과 같았다. spiccato와 pizzicato 연주 기법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돋구어 주었다. 고전주의의 정형화된 틀에서 들려지는 완벽미 보단 현대적 기교가 가미되어 인간의 깊은 곳을 자극해 흔들어 놓는 감성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나에겐 충격적인 곡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