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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화음프로젝트 페스티벌 청소년 음악회 리뷰
김동준 / 2021-08-13 / HIT : 8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 청소년 음악회, ‘어디선가 들어봤을 멜로디’  

 

2021 8 1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우리는 음악을 시간과 공간의 아무런 제약 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인터넷 연결 속도와 안정성은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로 인해 음악은 다른 무수한 정보들처럼 무제한이 되어 버렸다스마트폰은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많은 사람들은 두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알고리듬이 알려주는 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일은 부단한 투쟁이 되어버렸고, 사람과 사람 간의 우연적인 만남과 접촉은 거의 드물거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사람들은 연주회장으로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 연주회가 주는 경험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청중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주회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졌는데, 전반부는 노래’, 후반부는 리듬이 음악적 주제였다. 우선 전반부에서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가운데, ‘G 선상의 아리아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곡이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들과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인 박상연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음악의 힘을 느끼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고요와 정적이 찾아온 공간에 바흐의 음악이 고요하고도 단정하게 흘렀다.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호흡은 긴밀하고, 순수한 것이었다. 박상연은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고, 간결한 제스츄어로 음악적 흐름과 프레이즈를 연주자들과 교감하는 방식이었다. 절제의 미학이 그의 지휘와 바흐의 음악에 흐르고 있었다.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희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로망스 2’, Op.50이 연주되었다. 오케스트라는 안성민의 편곡으로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현악 편성에 맞추어졌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인 첼리스트 이헬렌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바이올린의 고음과 첼로의 풍부한 저음의 대조를 생각한 좋은 음악적 연결이었다.

 

독주자가 협연하는 두 작품의 연주가 끝난 뒤, 지휘자 박상연은 오케스트라 앞에 서서 독주자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많은 지휘자들이 지휘를 마친 뒤에 퇴장하고, 독주자만 무대를 오고 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연주자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애정과 격려를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서영준의 작품, ‘반짝반짝 신세계 현악 교향곡은 화음 프로젝트의 작품공모 당선작으로 세계 초연이었다. 음악적인 재치와 구성에서 많은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초연 작품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에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이다. 이상적으로는 초연 작품의 경우 몇 명의 평론가가 동시에 평론을 쓰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시간을 두고, 균형 잡힌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곡가 서영준은 반짝반짝에서 곡 전체의 균형과 통일성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었다. 작곡가는 부분과 전체에 대한 인식을 놓쳐서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다. 작곡가는 음악언어로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하나의 음악작품을 자신의 음악적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다. 해석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창작자와 비평가는 같은 연장선상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 작품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서영준에게 기대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과 환상을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하는 것이다. 창작자의 첫번째 청중과 평론가는 바로 창작자 자신이고, 스스로를 완전히 설득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 창작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후반부 첫 곡은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의 현악 버전이었다. 음악회를 찾은 사람들에게는 피아노가 아닌 현악기의 음색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피아노가 아닌 현악기들로 연주되었기에 내성부에 감추어진 선율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기존의 작품들을 다른 악기 편성의 편곡으로 듣는 일은 음악적으로, 교육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이는 마치 익숙한 풍경을 다른 관점에서 봄으로써 새로운 발견을 하고, 익숙함 너머의 풍경의 참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리는 일이기도 하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은 현악기만으로도 원곡의 열정적인 리듬과 표현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좋은 연주였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연주도 섬세함과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멜랑콜리가 잘 표현된 연주였다.

 

윤성현의 창작곡 쇼스타코비치를 기억하며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윤성현은 자신이 듣고자 하는 것을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기보할 줄 아는 이미 상당한 수준과 경험을 지닌 작곡가라고 생각된다. 현악기들의 섬세하고도, 적절한 배치와 조합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색과 음향을 구사하는 능력이 있으며, 밀도 조절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을 더 많이 발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주회 마지막 곡으로 피아졸라/안성민의 리베르 탕고가 연주되었고, 연주 뒤에 지휘자 박상연의 제안으로 연주자들과 두 명의 청소년 작곡가 서영준과 윤성현이 무대에 다시 올라 모두가 청중에게 인사를 했고, 청중은 기쁨이 가득한 박수를 이들에게 보냈다.  

 

 

 

일요일 오후의 청소년 음악회로 매우 빼어난 구성의 프로그램이었다. 선율과 리듬의 음악적 요소를 바탕으로 구성한 프로그램, 그리고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를 위한 음악적으로 뛰어난 편곡, 무엇보다도  청소년 작곡가들의 창작곡들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음악회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흐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작곡가들을 음악 나무의 뿌리와 기둥으로 치면서영준윤성현 등의 작곡가들의 새로운 창작곡들은 새롭게 뻗어 나오는 가지에 해당한다그러니 나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라면새로운 가지가 끊임없이 돋아나야만 하고또 그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의 뿌리라고 하는 유럽에서 조차도 창작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와 화음 프로젝트는 이미 몇 십년 전부터 음악생태계의 살아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창출해 오고 있다. 이번 청소년 음악회는 거기에 새로운 가지를 하나 솟아나오게 하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어야 기존의 가치가 의미를 잃지 않는다. 음악의 미래를 만들어야, 음악의 과거가 지속적으로 숨을 쉴 수 있다.    

 

 

 

김동준(재불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