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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의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연주회 보고서
조성래 / 2015-09-20 / HIT : 591

9.18 연주회 보고서 조성래(연세대학교 교양과정 수업 레포트)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의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첫 번째 음악: 첼로와 북을 위한 무딘 필봉2’

이 음악을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음악회의 첫 연주곡으로 삼은 것은 무척이나 적합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장구와 첼로가 동원된 이 곡에서 장구는 마치 말이 달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첼로는 색다른 음색으로 연주되는데, 설렘의 느낌과 사뭇 진중한 리듬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움을 접하는 어떤 순간을 표현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국의 절경 앞에서 물방울들이 송이송이 춤을 추는 한 장면이 떠오르며 청자로 하여금 음악을 통한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길잡이 같은 음악이었다.

 

 

두 번째 음악: 피리와 생황을 위한 전주곡

 안개가 게이고 어떤 정경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 멀리 바람에 실려 오는 음악은 마치 이름모를 동물의 신음소리 같다. 이 음악에서 특이했던 것은 나에게는 생소한 음색의 악기가 사용되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것은 생황으로써 우리의 악기라고 한다.

 

 

세 번째 음악: 5종 대위법으로 편곡된 타령

 어딘가 정기가 서려있는 듯한 느낌. 묘한 느낌을 지닌 안개로 덮인 산은 좀처럼 운무를 떨칠 줄을 모른다. 산 줄기에서 나온 시내들이 줄기줄기 모여 하나의 거대한 마을을 두르고, 그 앞으로 펼쳐진 넓은 밭 위로 작열하는 태양 볕. 이 터전에서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사랑을 하며 가족을 이룬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땅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 이 음악에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에너지이다.

 

 

네 번째 음악: 진동 회화

 나는 이 음악에서 정말이지 커다란 정경과 이야기를 보았다. 거대한 알바트로스가 지나는 바다위로 변덕스러운 하늘이 태풍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시금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모습을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는 용의 장난이리라. 가끔 그의 비늘을 구름 사이로 노출하는 용은 그러나 이 거대한 바다를 지나는 작디작은 미물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미물과 같은 인간에게는 바다가 너무나도 크다. 이 해무(海霧)덮힌 바다에서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키를 놓친 배는 검은 바다 심연에 서식하는 거대한 괴물의 입 속으로 집어 삼켜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바다의 신기루는 사공을 거대한 심연으로 유혹하는 듯 보이지만, 이 커다란 존재는 어떠한 감정도 없이 그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그곳에 존재하고 있을 따름인 커다란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다. 바다는 결코 성내지 않는다, 다만 움직일 뿐이다.

 

 

다섯 번째 음악: 흩어진 기억과의 만남  조선통신사

 이 음악은 정경에 대한 묘사가 무척이나 탁월한 것 같다. 사람과 악기만 있던 무대에서 음악이 시작되자 별안간 하나의 풍경이 나타났다. 영화를 보는 듯, 또는 눈 감고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정경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는 마치 산천(山川)의 귀신을 한데 모으는 제전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청자에게 들려주는 그네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다. 음악 시작 전 교수님이 파트 별로 나누어 들려주며 중간중간 음악에 대한 해설을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음악이 시작되면 환상이 아지랑이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다시 음악이 끝나 해설로 돌아오면 영락 없이 콘서트 홀에 앉아서 무대를 응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정기 서린 산천초목을 뒤로하고 아침의 나라 조선의 행렬이 장중하게 움직인다. 길고 길게 저 먼 산으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부산진으로 이어지는 사절단의 행렬은 사뭇 그 분위기가 엄숙하기도 하고 때론 버선을 신고 구름 위를 걷는 듯, 또는 바다 새가 바다에서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에 몸을 숨기며 물위를 부드럽게 지나듯 가볍기도 하다. 바다로 말할 것 같으면, 거대한 조류가 어느 한곳 목적지를 향해 때론 새차게, 때론 시냇물처럼 흐르는데, 발 밑에 흐르는 물 빛에 살아오며 마주한 순간순간들이 사진처럼 선명히 투영된다. 그러나 그 곳에 손을 뻗는 순간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 바다에게 먹혀버릴 것임을 반드시 깨달아야 하리라. 그것이 결국 장구한 세월 동안 외로이 누군가를 기다려온 바다가 말동무를 필요로 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도. 사절단은 변덕스러운 바다를 지나 마침내 기기묘묘한 풍광을 가진 산과 들을 마주하게 되니 그곳이 바로 이국이다. 이 기묘한 풍광과 기묘한 옷차림 그리고 기묘한 풍습 앞에서, 익숙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문명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극진한 환대에 노곤한 마음과 몸이 풀리며 빠져들게 되는 몽롱함 등 여러 감정과 느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그리고 이내 이국에서 보내게 되는 밤. 저 멀리서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정체 모를 동물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오고, 농염한 빨간 색을 띄며 타들어가는 등불 뒤로 이국 정취가 물신 나는 회화가 걸린 벽이 보인다. 노곤했던 지 금새 눈이 무거워지고 복잡한 생각의 고리를 채 끊을 새 없이 잠에 들어버린다. 꿈에서 그는 익숙하고 그리운 조선으로 돌아간다……

 이 음악을 들으며 재미있었던 것은 조선 통신사의 여정을 묘사한 음악에서 생각보다 많은 감정들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가령 밝고 위용이 있어야만 한 듯한 통신사의 행렬에서 느껴지는 어떤 불안의 감정이라던가 슬픔의 정조 또는 서정성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텍스트로 기록된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해 접할 때 그것은 무척이나 단순하고 결과 중심적이며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조선 통신사의 긴 여행에 대해서도, 통신사의 행렬에서 사절단이 느꼈을 수많은 감정과 사건들을 무시한 채 우리는 “xxxx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통신사를 보내다.”와 같은 문장 하나로 전체적인 사건을 단지 피상적으로 인식할 뿐이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과 개인의 고뇌 등 매시간 감정과 사건의 다발들이 무수히 튀어나온다. 결국 그들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그렇듯 그들의 삶도 복잡하고 입체적이었을 것이다. 이 음악은 청자로 하여금 통신사 행렬에 대한 다각적인 묘사를 통하여 그러한 사실들을 주지시킨다.

 

 

음악이 끝나고 예술의 전당 분수대 앞을 지나며

 사실 음악회 입장 전 했던 생각이 음악이 너무 지루해서 졸면 어떻게 하지?’라는 것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기는 하지만 선호하는 음악사조나 작곡가가 다소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사전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실상 생소한 클래식 음악은 진득하게 듣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난해하기로 소문난 현대음악 음악회라니…... 혹시나 조는 모습이 교수님 눈에 띄지 않을까 싶어 최대한 참아볼 때까지 참아보리라 다짐했던 것도 같다. 다행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먼저 실황 공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에너지와 음향적 특징으로 인해 공연에서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레코딩을 거치지 않은 악기의 소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또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지루하지 않았고, 청자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매력들을 지니고 있었다. 특별히 진동회화 흩어진 기억과의 만남은 어떤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흩어진 기억과의 만남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여러 감정선이 교차하여 제시되었고, 이러한 부분들이 아마도 청자로 하여금 작품에서 일종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게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덧붙여 무조적 음색, 글리싼도, 피치카토 등 수업시간에 배운 음악적 기법들을 작품에서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