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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싸늘해진 그림자
왕혜조 / 2008-05-11 / HIT : 1108

싸늘해진 그림자

왕혜조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음악회명: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제29회 정기연주회
일시: 2008년 5월 11일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전 곡을 통 틀어 아직까지도 그 선율이 하나하나 되새길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단연 우리 학교 임지선 교수님이 작곡하신 화음프로젝트 Op. 62, 'Shadow of Shadow'이다. 이곡을 듣기 전, 그림자를 떠 올리며 제목과 같이 ‘그림자의 그림자’라고 하면 얼마나 칠흑 같은 어두움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이 곡을 듣기 직전 까지도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정적과 어두움을 작곡가는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너무 궁금하였다. 보통 이러한 장르의 곡을 연주할 때에는 대게 금관과 목관, 첼로의 중저음의 음역과 웅장한 사운드로 혼돈을 묘사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작곡가가 과연 이 현악기들만으로 이 혼돈 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내심 작곡가의 표현력이 궁금했었다. 

“이제 웅장하고 저음으로 이 어두움을 표현하겠지?”하고 기대하고 있던 나는 처음 들려오는 바이올린의 하모닉스 글리산도를 듣고는 나의 생각이 완전 빗나갔음을 느꼈다. 바이올린의 하모닉스는 새벽 녘 버드나무숲에 칼바람이 스치듯 느껴지는 음산한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내 입에서는 차가운 입김이 나올 것만 같이 날카롭고 차갑게만 다가왔다. 첼로의 글리산도는 숲속에 부는 칼바람의 역할 을 하듯 음산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듯 들려왔으며, 여기서 크레센도가 되는데 이는 불안한 마음을 한층 더 극대화 시켰다. 

뿐만 아니라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듯 트레몰로 첫 음에 악센트를 사용함으로써 긴박감을 표현하는 곳에 있어서는 듣기 불편할 정도로 들려오는 현악기들의 불협화음과 조화롭게 매치되는 듯, 클레식의 안정적이고 Homophony한 음에만 익숙해 져 있던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부분에서 등장하는 베이스는 스트링을 튕기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스트링을 잡음으로써, 지판에서 스트링 줄 을 튕겨내는 소리를 내는 주법으로 첼로의 몰아치는 효과를 더욱 빠르게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듯 들려왔다. 이 곡은 전체적 Polyphony이며 A - B- A‘- B’ 형식으로 A파트는 고요함속의 혼돈을, B파트는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듯 밀려오는 혼돈의 반복으로 나에게 들려왔다. 

A 부분은 어두침침한 숲속의 전경을 묘사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B부분에서는 그 숲속에 한 사람이 불안한 듯 좌우를 계속 돌아보다, 뒤에 무엇인가 따라오는 듯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A' 부분은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고 어서 빨리 이 음산한 숲을 헤어 나오려 길을 열심히 찾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렇게 방심하고 길을 찾던 중 마지막 B'부분에서 슬슬 다시 무엇인가 다시 뒤따라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다시 빠른 속도로 달려가지만 후반부 끝날 부분에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그것은 즉 비극 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 것으로 들려왔다. 

이렇게 이 곡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벌써 한 장면의 스토리가 완성되었고, ‘Shadow of Shadow'라는 타이틀과 맞아 떨어지듯 마지막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절정에 이르고 혼돈을 최고조로 몰아치며, 마지막의 정적은 나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불협화음의 불안함보다 더 한 긴장감을 내게 주었다. 이로써 나는 처음으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마치 하나의 영상을 본 듯 그 음악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