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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능적 이태리 이브닝
김연 / 2007-03-30 / HIT : 566
와우! 객석이 꽉 찼더군요. 무대 위에서 입추의 여지가 없는 객석을 보노라면 연주자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저 같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느껴보지 못할 희열을
상상 속에서나 상상하며... 

첫 곡, 베르디의 현악 교향곡. ‘자기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곡을 썼다는 베르디의 
변처럼 역시나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마지막에는 카타르시스를 주더군요. 
정말이지 연주회장에서 듣는 실제의 현 소리들은 어찌나 몽글몽글하고 달보드레한지.

두 번째 곡,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첼로 협연: 조영창, 박상민)
비발디는 사계가 전부가 아니라지만 비발디적 선율이 편하고 상큼한 데다 애절한 맛까지 있죠. 이건 감동적이었던 연주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삼천포적 소리이긴 하지만 
전 두 남성 협연자들이 프렌드리하게 마주 보면서 연주를 할 줄 알았습니다. 
두 분 다 객석을 보고 연주를 하시더군요. 
저의 이 거침없는 혹은 주책없는 상상력을 잠시 비웃으며...

인터미션 후의 화음 프로젝트 작품 번호 43과 44번. (이 두 작품에 대한 짧은 상념은 화음프로젝트 게시판의 제 졸고(拙稿)를 참고 할 사람은 참고하시라!) 처음 들었을 때보다 곡들이 매끄럽고 세련되어 졌다는 느낌. 두 번째라 그런가? 음향 탓인가? 거리가 더 멀어진 탓인가? 초연 때의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뭔가 더 생생하게 살아있던 맛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더군요.

마지막 곡 니노 로타의 현악 협주곡. 니노 로타라! 영화음악가....라고 우리에겐 알려져 있죠! 전 이 분이 담당한 주옥같은 영화 음악들 중에 ‘길’이란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지금의 제 딸보다 더 어리던 시절 제가 즐겨라하던 놀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명화극장’ 시청. 가족들도 다 잠든 밤, 혼자서 흑백 티브이 앞을 지키며 수많은 명화들을 보았으니...그 작고 왜소하던 젤소미나가 길 위에 있던 장면은 삼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인터넷 영화클럽에서 이 ‘길’ 파일이 돌아다니는 걸 본 적도 있었는데 영화를 다시 볼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아니, 안 보기로 했습니다.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가하며 영화를 난도질 할 게 안 봐도 동영상인지라... 
화음의 연주, 관능적이고 고혹적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 레스피기의 곡에 이은 비발디의 사계, 겨울 중 2악장 라르고. 
이 빗방울 떨어지는 날의 선율이 울려 퍼지자마자 옆에서 딸이 속삭이더군요. 
“엄마,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쉽게 오고 가는 계절에 또 그렇게 비발디의 겨울을 어디선가 듣게 된다면, 날 사랑했나요? 그것만이라도 내게 말해줘요, 란 이현우의 절규와 스치게 된다면 화음과 함께했던 이태리 이브닝이 그리워지겠지요. 

이번엔 KBS 1FM 실황특집에서 이 공연을 현장중계 한다는 걸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직 ‘다시듣기’로 들어보질 않았습니다. 윤전경씨와 정준호씨의 해설을 듣고 나면 이 음악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인간, 글 쓸 의욕이 사라질듯 하여...나중 나중에 몰래 숨어 들어가 들어봐야지요. 이번엔 삭제 충동에 덜 시달리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