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로벌메뉴



리뷰

브람스 결핍이 두여자에게 미치는 영향
김연 / 2006-12-16 / HIT : 592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첫 곡, 하이든 피아노 3중주, 호보켄 번호 27. 
처음 레퍼터리를 보고 어, 이거 전에 연주한 곡인데...,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2005년 12월 같은 작품 번호를 연주하긴 했더군요. 
다만 그 때는 3악장 프레스토, 이번엔 2악장 안단테. 
연주자들도 다 다르건만 항상 새로운 레퍼터리를 찾는 편집증적 팬이 있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밝혀 두며. 부드럽고 단정한 하이든 음악은 연주회를 시작하기에 맞춤한 곡이지요. 
연주 내내 피아니스트 윤철희님 옆에서 페이지터너가 되어 주셨던 화음 쳄버 단원이기도 한 바이올린니스트 배상은님. 음악계의 소문난 잉꼬부부답게 두 분 참 아름다우시더군요. 

화음 프로젝트 42, 고은미 작곡 ‘The Wall of Opeth for Piano Quartet'

서호 미술관 홈피에 올라온 이번 달 음악회 소식지를 보고는, opeth가 도대체 무슨 말인 게야? 오타야 뭐시야? 하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네이버 검색창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쳐봤습니다. 그러다 알게 됐습니다. 이 이름으로 된 헤비메탈 밴드를. 음악도 들어봤습니다. 무지하게 난해하고 심오한 음악을 하는 밴드더군요. 이 밴드 밑에 이런 질문들이 쭉 올라와 있었습니다. 
근데요, opeth는 무슨 뜻이래요? 
친절한 이들의 답변이 그 아래 또 쭉 달려 있지요. Wilbur Smith가 지은 책 ‘The Sunbird’에 나온 "달의 도시"를 의미하는 "OPET"에 H를 덧붙여 그룹이름을 지었다고.

연주가 시작되기 전 작가인 이순진님으로 사료되는 분에게 다가가 씩 웃으며 물었습니다. opeth가 무슨 뜻인가요? 어머나, 세상에 심심파적으로 제가 알아 본 그대로 위의 밴드이름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롹과 헤비메탈을 넘나드는 음악 이야기를 하며 의기투합하여 하루 만난 사이가 3년을 알아온 지인이 되었습니다. 작가 분은 힘들던 시기 이 밴드의 음악이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고 하더군요. 생의 저점을 음악이 주는 구원으로 버텨본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가 있는 법이지요. 

이순진님 판화 작품에 대한 감상까지 쓰자면 길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고은미님의 곡은 긴장 속에 시작해서 이완 한번 없이 끝까지 가더군요. 그럴듯한 서정적인 선율 한 번 나오질 않고 화해, 조화 이런 거 코웃음 쳐가며 파격의 시작과 끝. ‘뜯는다’ 란 표현을 서양 현악기에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대단히 정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인간미 넘쳤던 사람으로 기록이 돼있습니다...’ 
지난 11월, 가는 가을이 그야말로 아쉽다며 브람스의 곡만으로 2시간을 채웠던 케이비에스 1FM ‘명연주 명음반’ 의 브람스 특집 멘트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기대 많이 했었습니다. 브람스를 듣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가을은 이미 지났지만...
연주회장의 추위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추위에 속수무책인 부실한 제 몸 탓일까요?
거의 비슷한 연주자들이었던 브람스 피아노 퀸텟을 듣고 너무 감동을 받았던 작년 가을(10월)의 추억도 있건만 연주에 집중하기보다 생각이 다른 곳으로 달려가더군요.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 실내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더니 마침내 다다른 생각이란... 연주자들끼리 좀 더 따뜻하고 교감이 어린 눈길을 주고받아도 좋지 않을까, 평생을 고독했던 남자, 브람스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면.

누가 그랬지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곡목은 모르지만 비올라의 선율이 슬펐던 앙콜 곡을 끝으로 화음 프로젝트의 2006년 공연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으셨을 텐데 그래도 5년간 뚝심으로 버텨 오신 거 축하드리고 어디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대로 10년, 20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화음 프로젝트’는 살아남아 척박한 우리나라 창작음악의 산실이 되어주시길 기도합니다. 

그럼, 더욱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질 2007년의 연주회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