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로벌메뉴



칼럼

[음악저널] 혁신적인 문화예술의 창조
이동훈 / 2014-06-18 / HIT : 447

혁신적인 문화예술의 창조

화음(畵音)쳄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박상연

 

 

러시아 출신 화가로 추상회화의 창시자인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음표나 쉼표 같은 음악의 기본 요소들을 참고하여 가장 근본적인 미술적 요소가 점, , 면이라는 결론을 얻어냈다고 한다. 기호적인 부호들의 연합으로 자연이든, 사람의 감정이든 많은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과 미술은 서로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둘을 매번 접목시켜 감상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갈증을 충족시켜 주는 프로젝트 단체가 있다. 바로 ‘화음(畵音)쳄버오케스트라’다. 미술과 음악의 만남으로 고유의 빛깔을 만들어 나가는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특별함을 들어보고자 박상연 예술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시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곡으로 위촉받아 음악과 미술을 한 무대에 올리며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1993년에 실내악단 ‘화음’으로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대화가 있는 음악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란 주제를 가지고 매달 화랑에서 연주회를 열던 것이 이후 스트링 위주의 ‘화음 쳄버오케스트라’로 발전되었죠. 사실 처음에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유럽에서 시작하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척박한 땅이라도 한국토양에서 우러나오는 그 특유의 정체성을 담아보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연주력 중점이 아닌 새로운 가치 실현에 우선순위를 두었는데 지금껏 이러한 취지를 마음에 새기며 음악적 실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화음쳄버오케스트라’를 통해 감독님께서 지향하시는 ‘예술철학’이 있으시겠죠?

물론입니다. 일단 음악, 예술, 사회는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역사를 창조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죠. 화음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음악에 뛰어든 이유도 내가 창작 예술가로서 나만의 창문을 만들고 싶다는 음악가적 욕심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 그 세계가 끝이 없듯이, 예술가적 꿈꾸는 욕망을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표출해 나간다면 얼마나 참신하고 아름다운 가치들이 쌓일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평생 ‘특정인’의 창문만 바라보고 산다면 재미없죠. ‘나만의 창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꼭 필요합니다.

 

- 보통 창작곡과 같은 현대음악은 ‘난해해서 어렵지 않을까?’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음 프로젝트’ 또한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그 작품에 대한 창작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관객·청중과의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나요?

같은 예술계 맥락 안에 있는 미술을 예로 들어본다면, 클래식 음악처럼 재생산(연주의 해석)의 개념이 없지만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수많은 전시회와 경매로 활성화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을 연주해야 관심을 받고 박수를 받습니다. 현대음악이나 창작음악 또한 음악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음악인데 외면을 받는 듯한 사회 풍조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현실의 원인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의 현실적 대안으로 ‘화음프로젝트’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연주자와 청중들의 마음과 귀가 열리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재연’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한 번의 연주로 숙성된 해석을 할 수 없으니까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서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였죠. 지금까지 저희가 130여곡을 위촉 초연하였는데, 그 중 화음프로젝트 페스티발과 초청연주 등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111번 정도 재연 되었고 그중 20회는 해외에서 연주기회를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첫 시작을 했을 때보다 현대곡, 창작곡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그 중심에는 화음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올해에도 계획 중이신 ‘화음프로젝트 페스티벌 2014’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올해 10-11월에 걸쳐 두 달 동안 전국 8개 장소에서 화음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뿐만이 아닌 지방에서도 이루어질 계획인데, 지방에서 활약 중인 아티스트들에게도 함께 프로젝트에 동참 할 것을 제안하며 ‘화음프로젝트’의 취지를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주목할 만 한 것이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 중에는 미디어 아티스트와 함께 전시작품 제작과정에도 직접 참여한 것인데 새로운 차원의 공연형태를 접할 수 있으실 겁니다. 또한 하이브리드라는 특정 주제로 이루어지는 각종의 전시, 패션쇼 등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미술작가들이나 시민들이 참여하는 순서도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난 20여 년 간 정체성과 가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그게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고 판단이 섰고, 이제는 완성도와 전문성을 추구하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로소 예술가적 모습을 형성해 나갈 때이죠. 사람이 누구나 사춘기를 거쳐 성장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기쁨을 느끼고 자신만의 인생을 향해 정진해 나가듯이 화음 쳄버오케스트라도 끝없이 발전적인 태도로 이어지리라고 확신합니다. 아마 30년 후 즈음에는 많은 학자들이나 예술가들이 화음 쳄버오케스트라라는 작품을 통해 예술적인 가치를 투영하고 재생산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를 통해 미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여 주변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화음쳄버오케스트라’를 관심 있게 바라보아 주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화음 쳄버오케스트라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컨텐츠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는 그것을 선정한 분명한 이유와 메시지가 있거든요. 또한 기량과 재능의 관점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닌 컨텐츠의 가치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역량에 포커스를 맞춰주신다면 예술, 나아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안착했다고 느낄 때, ‘성장’보다는 ‘유지’라는 것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가 보아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원하는 사람을 아름답다고 평가할 것이다.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이러한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한다. 나아가는 길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음악, 예술,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며 실천하고 있다. 이 단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