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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음 프로젝트, 노르망디 ‘언어의 대지(Terres de Paroles)’ 페스티벌에 참여
김동준 / 2016-07-20 / HIT : 556

화음 프로젝트, 노르망디 언어의 대지(Terres de Paroles)’ 페스티벌에 참여

 

 

 

인간은 자기 밖의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예술은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행위이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고, 세계가 진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주관적인 해석이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단편적인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복사-붙이기로 규정될 수 있는 세상에서는 각 개인의 주관성이 더 이상 중요치 않으며, 더 나아가 전체주의적인 세계를 꿈꾸는 정치인들에게는 오히려 커다란 방해요소이기도 하다.그렇기에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의 교육에서조차 어린이들의 창의성과 주관성을 일찌감치 파괴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각각의 개개인이 자신이 속한 세상을 주관적으로 느끼고 해석할 때에,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 역시 흥미로운 것이 된다. 개개인이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를 중단하고, 쏟아지는 정보만을 받아들일 때, 사회와 인간은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화음 프로젝트는 시각적인 작품을 바탕으로 창작곡을 제안하고, 교감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림이라는 해석된 작품을 재해석하는 동시에 미술과 음악이 교차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몇몇 작곡가들은 그림에 영감을 얻어서 곡을 쓰기도 했고, 이러한 그림과 음악간의 상호 소통은 종종 존재한다.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14년이라는 시간을 유지하면서, 160여 곡의 창작곡을 만들어낸 예는 전세계적으로 화음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올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언어의 대지(Terres de Paroles)’ 페스티벌은 3 29일에서 5 1일까지 노르망디의 다양한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페스티벌로, 음악 뿐 아니라, 연극, 문학 등의 여러 장르의 행사를 총망라한 야심찬 페스티벌이었다.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은 노르망디 지역의 문화행사를 조직하는 Arts 276에 의해서 기획되었는데, Arts 276의 대표이자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마리안 클레비는 깊고 다양한 문화적인 폭과 호기심을 지닌 인물이다. 마리안 클레비의 어머니인 프랑수와즈 티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현대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하는 피아노 콩쿠르인 오를레앙 국제 콩쿠르를 창설했고, 현재까지 이끌어왔다. 또한 여전히 파리의 에꼴 노르말에서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이들의 지적, 문화적인 호기심은 모녀의 공통분모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랬기에 화음 프로젝트에 대한 마리안 클레비의 반응은 매우 열정적인 것이었다. 마리안 클레비와의 첫 만남은 1년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에서 몇 차례 만나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큰 그림을 함께 구성했고, 메일교환을 통해서 구체적인 것들을 논의하고, 진행해 갔다.  


우선 클레비는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노르망디 인상주의 화가들의 기획전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는 화음 프로젝트가 프랑스에서 시작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클레비는 초상화 시리즈를 제안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화음 프로젝트가 초기에 자화상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화상 프로젝트는 미술작품들 가운데서 꼭 자화상이나 초상화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 점 때문에 종종 설명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화음 프로젝트의 자화상 프로젝트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자는 의지였다. 그리고 우리라는, 그리고 나라는 자아는 바로 이 세계를 해석하려는 주관적인 의지에 있음을 예술감독 박상연은 누구보다도 잘 주지하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노르망디 지역의 인상주의 전시를 하는 미술관에서 두 개의 초상화를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선정된 두 편의 초상화는 카미 피사로(Camille Pissaro, 1830-1903) 녹색 숄을 두른 여인(Le Femme au fichu vert)’과 에티엔느 투르네스(Etienne Tournes, 1855-1931) 머리 빗는 여인(Femme se coiffant)’이었다.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에서는 세 악기의 선택 가능성을 통보해 주었고, 화음 프로젝트 측에서는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세 악기를 선정했다. 문서와 악보를 메일을 통해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님에도, 이제는 이 사실이 너무나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마리안 클레비는 한국의 여성 초상화 가운데 하나를 추가했으면 하는 희망을 비추었고, 자연스럽게 신윤복의 미인도를 바탕으로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위해서 곡을 썼던 조선희가 삼중주 편성에 맞게 편곡을 했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페스티벌에서 포스터와 프로그램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했고,그 아름다움이 프랑스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카미 피사로의 녹색 숄을 두른 여인은 백영은에 의해서, 화음 프로젝트, op.160으로, 그리고, 에티엔느 투르네스의 머리 빗는 여인은 최한별에 의해서, 화음 프로젝트, op.161로 새롭게 태어났다.


화음 프로젝트는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에서, 4 3, 15, 20 3일 동안 참여를 했다. 첫 번째 4 3일 연주회는 오전 11시에 열렸고, 연주회 바로 뒤에 청중들과 음악가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덕분에 청중들의 반응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들은 호기심으로 찾아온 화음 프로젝트의 연주회를 큰 흥미와 열의를 갖고 들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음악 자체에도 흥미를 보였지만, 음악 덕분에 무대 중앙의 스크린에 프로젝트 된 그림들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그림을 10분 가까이 계속해서 감상하는 일이 이들에게도 흔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고, 화음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이들의 인식과 상상력에 자극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청중들의 열의는 현장에 있었던 총감독인 마리안 클레비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었다. 파리와 거리가 먼 노르망디의 한 지역 극장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 결코 위험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연주회에는 프랑스 뮈지크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관련 진행자 세 명이 참여해서, 연주회 동안 프로그램 해설을 해서 관객의 집중과 이해를 도왔다. 프랑스 뮈지크의 대표적인 진행자 가운데 한 사람인 프랑수와-자비에 심착(François-Xavier Szymczak, 4 3)은 화음 프로젝트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그는 백영은과 최한별의 음악 덕분에 그림들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침묵하고 있는 그림에 울림을 부여하고, 그 울림을 통해서 그림을 새롭게 보는 것이 아마도 화음 프로젝트의 독특한 예술적 가치이자 목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심착은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진행자였다.안느 몽타롱(Anne Montaron, 4 15)은 역시 프랑스 뮈지크에서 현대음악과 즉흥연주 코너를 진행하는데, 몽타롱은 우선 화음 프로젝트의 존재에 대해서 매우 놀라워했다. 이런 성격의 프로젝트가 오랜 동안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브누와 뒤퇴르트르(Benoît Duteurtre, 4 20)는 프랑스 음악계의 매우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는 프랑스 텔레비전의 주요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하며, 클래식 음악, 특히 현대 음악에 관한 다양한 저서를 발표했다. 또한 몇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뒤퇴르트르는 화음 프로젝트에 흥미를 보였고, 백영은, 최한별 그리고 조선희의 작품들로부터 받은 남다른 인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20세기와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거의 모두 알고 있는 뒤퇴르트르에게도 화음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독창적이며, 다른 색채와 감흥을 주었다. 마리안 클레비는 화음 프로젝트가 올해 야심적으로 시작한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며,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4 18일에는 한국에서 작곡가 백영은, 예술감독 박상연이 페스티벌에 합류했고, 작곡가 최한별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부터 합류했다. 다음 날인 4 19일에는 델라마르-드부트빌(Delamare-Deboutteville)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화음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던 함명수의 그림 ‘City Scape’를 바탕으로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아틀리에를 진행했고, 그 뒤에 이 그림을 바탕으로 안성민이 작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S-tringle (2011)’을 바이올리니스트 한유정과 함께 연주해서 들려주었다. 그리고 백영은, 최한별, 박상연의 참여로 델라마르-드부트빌 고등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작곡과 창작에 대해서 기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들을 해서, 길지 않은 대화의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유익했다.


4 20, 세 번째 마지막 연주회 연습에는 백영은, 최한별 작곡가가 연습을 참관했다. 자연스럽게 작품들은 작곡가들에 의해서 새로운 형상을 갖추었다.악보를 받고 첫 연습 뒤에 연주자들의 의견을 거쳐서 메일을 통해서 작곡가들과 의견교환을 하면서 만들어나갔던 작품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 연주회 뒤에 무대에는 이번 화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청중들에게 함께 인사를 했고, 청중들의 열렬한 박수는 화음 프로젝트의 프랑스에서 출발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화음 프로젝트를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한국의 화음 프로젝트 본부와 언어의 대지 페스티벌과 진행, 조율하면서, 그리고 파리에서 음악가들을 섭외하고, 지휘를 한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같은 프로그램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청중을 대상으로 세 번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창작곡이 불행하게도 초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음 프로젝트